“한 번은 실수라 쳐도 두 번은 아니죠. 아이들에게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세상을 살게 했으니까…그게 가장 미안해요.”
“저도 그날 이태원 현장에 있었거든요. 마음이 안 좋아서 점심 시간에 들렀습니다.”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사고 피해자 합동 분향소에는 오전부터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한 손에 커피를 든 직장인들이 잠시 짬을 내 헌화하기 위해 모여들면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네 명씩 줄을 서서 차례로 추모를 마친 이들은 착잡한 듯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일부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추모 장소에 주저앉기도 했다. 선글라스 뒤로 터져나오는 눈물을 닦아낸 정지선(49) 씨는 “지인이 참변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나와 내 주변 사람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너무 속상하고 개탄할 만한 일”이라며 “근처 호텔에 묵다가 속상해서 추모하러 왔다”고 울먹였다.
아침 일찍부터 손수 피켓을 만들어 분향소를 찾은 이인숙(63) 씨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몇 년이나 지났다고, 또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만 보냈다”며 “한 번은 실수라지만 두 번은 아니지 않냐”고 호소했다. 그는 피켓에 ‘얘들아 미안하다’라는 문구를 적은 이유에 대해 “어른들이 이런 세상을 살게 한 기성세대로서 너무 미안하다.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나라인데 여전히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씨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분향소 앞 잔디밭에 홀로 앉아 추모를 이어갔다. 그는 “체력이 닿는 데까지 계속 여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태원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도 이어졌다. 직장인 황성호(27) 씨는 “사고 당일 이태원 현장에 있었지만 일찍 빠져 나왔다”며 “내가 있던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좋지 않아 추모하러 나왔다”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검은 옷차림으로 분향소를 찾은 유현준(67) 씨도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은 게 딱해서 방문했다”며 “이태원과 서울광장 분향소 두 곳을 모두 방문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31일부터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서울광장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관할 구청인 용산구도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1월 5일까지 녹사평역 광장에 합동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