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터 일침] 단체급식 조리원 96%가 앓는 ‘어깨충돌증후군’ 해소하려면

■ 문자영?천안자생한방병원 병원장

단체급식 현장 조리원, 고강도 업무로 어깨 통증 호소

40~50대 여성은 어깨충돌증후군 발생 위험도 높아

추나요법·약침 등 한방보존치료, 염증·통증 완화에 효과

단체급식 현장에서 근무하는 조리원들은 업무 특성상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투데이단체급식 현장에서 근무하는 조리원들은 업무 특성상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투데이




# 초등학교에서 급식 조리원으로 일하는 박씨(53). 학생과 교직원을 비롯한 900여 명의 점심식사를 준비하느라 조리장은 매일 전쟁터와 같다. 조리 뿐만 아니라 배식과 설거지, 뒷정리까지 마치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녹초가 되기 일쑤. 그러던 어느 날, 볶음 반찬을 만들기 위해 여느 때와 같이 재료를 손질하던 최씨에게 저릿한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최씨는 재료를 볶기 위해 반복적으로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더욱 심해지자 덜컥 겁이 났다.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을 찾은 최씨가 받은 진단은 ‘어깨충돌증후군’. 회복을 위해 당분간 과도한 어깨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최씨는 상태 악화를 막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기로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던 단체급식이 다시 활성화되며 이를 담당하는 조리원들의 건강상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체급식 조리는 육체적으로 부담이 큰 업무다. 매일 같이 수많은 재료를 옮겨 손질하고 무거운 조리도구를 사용해 밥과 국, 반찬 등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한다. 겹겹이 쌓여 무거운 급식판을 설거지하고 배식과 청소까지 마무리해야 끝이 난다.

학교와 기업, 병원 등의 단체급식 현장에서는 소수의 조리원들이 수백명의 식사 인원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 이에 따라 조리원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전국 학교 단체급식 종사자 31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대다수가 최근 1년 내 어깨와 팔, 허리 등에 통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어깨 통증을 겪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96.1%에 달했다. 거의 모든 단체급식 종사자들에게서 어깨 통증이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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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퇴행성 변화에 의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깨충돌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어깨를 감싸고 있는 근육인 회전근개가 어깨 관절을 덮고 있는 뼈(견봉)와 서로 충돌하면서 통증과 염증성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어깨충돌증후군 환자들은 심한 통증과 함께 뭉치고 뻐근한 느낌과 팔을 올리기 어려워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깨에서 소리가 나기도 한다.

특히 신체 노화가 가속화되는 중년 여성에게서 어깨충돌증후군이 다발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단체급식 종사자 중 40~50대 중년 여성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40~50대 여성 어깨충돌증후군 환자는 13만343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여성 환자(26만 2510명)의 약 52.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러한 어깨충돌증후군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할 경우 어깨 힘줄이 찢어지는 ‘회전근개파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어깨 통증이 나타날 경우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어깨충돌증후군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 보존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불안정해진 어깨 근육과 관절을 바로잡고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해 특정 근육과 힘줄에 걸리는 부하를 줄인다. 이후 침 치료로 어깨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고,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로 염증을 해소해 통증을 완화시킨다. 이와 함께 환자의 증상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손상된 근육 및 인대 조직 회복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어깨 질환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침술의학(Acupuncture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 치료를 받은 어깨관절 환자의 2년 내 수술률이 약 7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깨충돌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스트레칭을 실시해 어깨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조리장 근무 환경을 바꾸는 것도 어깨 부담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식재료, 급식판 등의 중량물을 옮길 경우 다른 조리원과 함께 들거나 운반차를 이용하자. 키가 작은 조리원이라면 발 받침을 활용해 작업대의 높이를 맞춰 어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어깨는 인체에서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이다. 그만큼 운동 범위가 커 부상을 입기 쉽고 부상을 입을 경우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최근 고물가 여파로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현상에 직면한 직장인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단체급식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연말을 앞두고 조리원 분들이 더욱 건강히 근무하길 바란다. / 문자영 천안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천안자생한방병원 문자영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천안자생한방병원 문자영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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