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못다 핀 청춘들이여 아프지 마세요.’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추모와 사랑의 마음을 눌러 담아 보내는 편지가 이태원역 1번출구를 가득 채웠다. 이태원 참사 당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이날 검은 옷을 입고 흰 국화꽃을 든 채 이태원역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추모공간에는 국화꽃과 편지, 떡과 술이 어느새 수북이 쌓였고, 1번출구 옆 공간과 건너편 도로까지도 편지와 꽃으로 뒤덮였다.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은 이날 오전부터 계속됐다. 시민들은 연신 눈물을 닦으며 곳곳에 붙은 추모 편지를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친구 혹은 가족과 현장을 찾은 이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하며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참사의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들, 딸, 남편과 함께 참사 현장을 찾은 한 40대 여성은 “너무 안타까워서 오늘 처음 추모 공간을 찾아왔어요. 저도 자녀가 있기도 하고”라며 “사고가 난 골목이 뉴스로 본 것보다 더 좁은데, 너무 좁은 곳에서 질서 없이 행사를 하게 된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추모 공간을 찾은 이 모(18)씨는 “가장 친한 친구의 친구가 이 곳에서 세상을 떠났고 너무 안타까워서 찾아왔다”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검은 옷을 입은 채 사고 현장을 찾은 한 남성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경찰 앞에서 가슴을 치며 울부짖다 주저앉기도 했다.
용산구청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까지 이태원역 1번출구의 추모 공간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태원 인근 상점들도 5일인 이날까지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는 이날도 주인을 찾지 못한 유실물들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구겨진 옷과 흙 묻은 신발, 가방을 비롯한 유실물들이 체육관 바닥에 가득했다. 이날 오후 유족 3명은 서로를 끌어안고 체육관을 돌아다니며 유실물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또다른 유족 2명도 체육관을 들러 유품을 수거해 갔다.
경찰은 아직 많은 유실물들이 반환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애초 6일까지였던 유실물센터 운영 기간을 오는 13일까지로 연장했다. 연장기간 동안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경찰 관계자는 “유실물을 찾으러 오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 이날 오후 중에는 세 가구 정도가 유품을 찾으러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유실물센터는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나 경찰이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1010건의 유류품 중 전날 오전 기준으로 아직 781점의 유류품이 반환되지 못했다. 경찰이 보관 중인 유실품은 ‘로스트112’에서 검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