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한 한 총리는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에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지만 정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도 다르지 않았다. 야당은 “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모두 물러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은 “정치적 이용”이라며 정부를 엄호했다.
여야는 이날 특히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를 갖고 경찰을 향해 격노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른바 경찰에 참사 책임을 떠넘겨 경찰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한다는 지적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이 대통령실 상황 보고까지 1시간 50분이 걸렸다. 국정상황실을 통한 경찰의 대통령실 보고 라인이 사실상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동의하느냐”고 질문하자 김 실장은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국정상황실에서 정보를 받고 경찰청에 즉각 연락했다”고 해명했다.
김 실장은 문책성 인사에도 선을 그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에게 문책 인사에 대한 건의가 있었느냐”고 질의하자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조사, 원인 규명, 수습 대책을 (마련)할 때”라며 “무슨 사건이 났다고 장관·총리 다 날리면 새로 임명하는 데 두 달 넘게 걸린다. 그 공백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실장에게 힘을 실었다. 장동혁 의원이 “민주당에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덮고 국민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국정조사나 다른 주장이 있는 것이라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김 실장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도 안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이런 일에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수석은 “글쎄요, 사고를 예측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했다. ‘과거에도 큰 행사가 있으면 국정상황실은 토요일에도 근무했다’는 질문에 그는 “요즘은 통신이 있으니까 비상근무를 그런 식(재택)으로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