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FTX 인수 계획을 철회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코인런(대규모 자산 인출)’ 우려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테라-루나 사태 이후 또 한 번 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장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FTX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면서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FTX를 이용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관련 프로젝트와 금융사까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사태가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이날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다. 비트코인(BTC)은 10일 오후 4시 30분 코인마켓캡 기준 전일 대비 13% 이상 추락한 1만 672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1만 5000달러 선으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더리움(ETH)도 전일 대비 15% 하락하며 1188달러로 밀려났다. 솔라나(SOL) 등 FTX 관계사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 중인 암호화폐 가격도 급락했다.
시장 혼란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에서도 디페깅이 발생했다. 디페깅이란 달러와 1: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가 비율유지에 실패한 것을 말한다. 대규모 자금 인출 요청이 발생하면서 USDD 등 일부 스테이블코인이 가격 유지에 실패한 것이다. 반면 이번 사태로 바이낸스의 입지가 커지면서 바이낸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BUSD 가격은 1달러를 굳건히 유지했다.
FTX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짐에 따라 당분간 가상자산 침체장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핵심 거래소가 하룻밤 새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반 신뢰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FTX는 B2C 접점이 많아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던 거래소"라며 “해당 고객들이 출금 중단 사태에 처한 상황에서 크립토 시장 전반의 신뢰도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TX 파산 이슈로 인해 향후 가상자산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규제 당국은 자국민의 피해가 발행하자 FTX의 고객 자금 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FTX 파산 이슈가 지난 테라-루나 사태만큼 악화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김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의 경우 알고리즘 설계 상 데스 스파이럴(죽음의 소용돌이)에 접어들면 걷잡을 수 없이 0달러로 폭락하는 구조였지만, FTX는 경우가 다르다”며 "관련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매각해 채무 관계를 정리하는 대로 사태가 어느 정도 소강 상태에 접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매각 과정에서 추가 하락이 발생함에 따라 담보 대출에 대한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