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 가공업체들이 국회 움직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을 주도하는 농협에 김치 공공조달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자 업체들이 단체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한국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과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지난 9일 “지역농협을 영구적 또는 기한을 연장해 중소기업자로 간주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영세 김치 생산 중소기업의 공공판로가 위축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 개정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판로지원법’상 김치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어 공공기관이 김치를 구매할 경우 중소기업자로 입찰참여자격을 제한해야 한다. 당초 지역농협은 중소기업자가 아니어서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으나 중소벤처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간 합의로 2017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한시적(5년)으로 지역농협은 중소기업으로 간주됐다. 이후 지역농협이 학교급식 등 김치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해왔고, 해당 법조항의 일몰 시기가 올해 말 도래하자 농협법 개정안이 다시 발의됐다.
중소기업들은 농협이 온·오프라인 판로를 활용해 전체 김치시장에서 9%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공공조달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중국산 비중이 큰 수입김치가 2020년 기준 국내 김치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시장 대부분은 강력한 유통망과 영업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농협은 일몰기간 동안 통합법인을 출범하고 자체브랜드인 ‘한국농협김치’와 ‘하나로마트’, ‘농협몰’ 등 온·오프라인 판로를 활용해 2020년 기준 매출액 1275억원으로 전체 김치시장에서 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는 것이 협회 주장이다.
협회는 국내 김치 제조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농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 및 브랜드파워가 약해 국내 김치제조업체의 40%가 5명 이하의 종업원으로 운영될 만큼 영세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그나마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을 통해 공공조달시장에 한정해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농협의 중소기업 간주 인정이 연장되거나 영구화될 경우 민간시장에 이어 공공조달시장에서까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지역농협이 주로 학교급식 중심으로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조달청이 김치 등 군납식품류에 대해 2022년도부터 총액입찰방식에서 다수공급자계약(MAS)으로 계약방식을 변경하면서 농협이 군납 김치시장까지 잠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김경배 한국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역농협은 이미 민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에 더 이상 들어와서는 안된다”며 “만약 농협법이 개정되어 지역농협이 계속 들어온다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치은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도는 영세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정부와 국회의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