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이성의 끈을 내려놓았네.” “북한 내부적으로 체제 불안 위기를 느낀 것 아닐까?” “모든 건 한미를 압박하려는 계산된 행동이야!”
북한이 근래에 전례 없는 규모와 강도로 군사 시위성 도발을 감행하면서 그 배경과 의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다. 어떤 이유에서 도발을 했든지간에 북한은 별로 건진 것이 없다. 오히려 대외 상황은 북한의 기대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조 바이든 정부는 예상 외로 선전했다. 한미는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미국의 핵·재래식 전력 등을 포괄하는 확장 억제 안보공약을 강화하기로 했다. 13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한일·한미·한미일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려 북핵 위협에 맞선 삼각 안보 공조가 복원됐다.
이쯤 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도박판은 망했네’라며 ‘본전’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2일 북한이 하루 29발이나 쏜 미사일 비용을 최대 7500만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북한의 1년치 중국산 쌀 수입액(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에 상당하는 액수다. 김정은 정권이 올해 발사한 미사일 비용 전체를 추산하면 북한의 수년치 중국산 쌀 수입 가격에 육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사일 도박으로 밑진 본전을 ‘핵 도박’으로 되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유화적이었던 전임 문재인 정부를 볼모로 삼아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짜릿한 미치광이 승부(?)’를 펼치며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냈던 2017~2018년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인 해킹이든, 마약 밀수출이든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있는 돈, 없는 돈을 긁어 모아 판돈(안보 위기)을 끌어 올리려 할 것이다.
북한이 승부수를 던질 최적의 타이밍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선거,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는 2024년이다. 다만 그 이전에 신냉전이 종식되면 북한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그런 만큼 우크라이나전이 끝나기 전에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7차 핵실험(저위력 전술핵 실험 추정)을 감행할 수 있다. 이후 2024년 한미의 선거를 앞두고 4번 갱도에서 8차 핵실험(수소폭탄 실험 추정) 위협을 고조시켜 한미를 협박할 것이다. 핵실험 이전까지도 지속적으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재래식 전력 도발로 대외 협상력을 유지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사고를 가장한 테러를 감행할 우려도 있다. 최근 이태원 참사, 카카오톡 대란, 무궁화호 탈선 등으로 안전·보안의 취약성을 드러낸 우리 사회 인프라는 북한 테러에 손쉬운 표적이다. 정부와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이 같은 북한의 전방위적·비정규적 도발에 대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