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문가 특별 대담] "대학 경쟁력은 국가 존망과 직결 …혁신 전제로 지원 대폭 늘려야"

[고등교육 혁신 지금이 골든타임] <하> 위기의 대학 해법은

인구비율로도 미국·일본 우리보다 대학 많아

지역대학 강소대학으로 키워야 지역도 생존

캠퍼스 없는 대학 교육으로 패러다임 대전환

대학정책·교육정책 새로운 틀에서 다시 짜야

선지원이후 구조조정하는 등 방법 모색 필요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왼쪽)과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가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이 처한 복합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왼쪽)과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가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이 처한 복합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과감한 혁신까지 요구받고 있지만 학과 이기주의와 총장 리더십의 한계 등으로 선제적인 구조조정도 어렵다. 대학은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학 비리와 국립대의 방만 운영, 연구윤리 부정과 각종 비위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다. 서울경제는 대학이 처한 복합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고등교육 전문가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전 상명대 총장)와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전 포스텍 총장)의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사회=성행경 사회부 차장




-우리 고등교육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이현청 한양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언제든 대학의 위기라고 얘기를 해왔지만 지금은 진짜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충원난과 재정난, 대학의 풍토, 대학 구성원의 의식 문제, 교육 방법의 대혁명, 직업 생태계의 급변 등이 복합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한마디로 패러다임의 전환기다.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선 구성원들의 동의와 훌륭한 리더십, 또 거기에 걸맞은 혁신 비전 등이 있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미흡하다.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 학령인구 감소가 제일 큰 이슈다. 총장들은 “설마 내가 있는 동안 망할까”하는 마음으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들 경쟁력 없는 대학은 소멸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교가 소멸하면 큰일 난다. 지역부터 완전히 소멸된다. 이건 굉장히 큰 일이다.

전 세계에 대학이 2만 5000개 가량 있다. 그 중 미국 3500개, 중국 2500개, 일본 750개, 대한민국 350개 있다. 우리와 비슷한 대학 체계, 즉 전체의 80% 가까이가 사립대학인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미국은 우리보다 더 대학이 많다. 일본도 인구 비례하면 우리와 비슷한데 750개 대학을 모두 유지한다. 결론은 지역에 있는 대학을 강소 대학으로 키워야 한다는 거다. 마을이 되려면 젊은이들이 있어야 한다. 이는 곧 국가 존망과도 직결된다.

△이 석좌교수=다만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대학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선 여러 전략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캠퍼스 중심 대학의 관념은 바뀌고 있다. 융복합으로, 벽 없는 교육 형태로 가고 캠퍼스 없는 교육으로 가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대학과는 완전히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학생 충원에 연연하거나 캠퍼스 중심의 교과에 고착돼 있는 사고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다는 걸 전제로 전체적으로 새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 기반 공유대학 형태를 전제로 구조조정을 과감히 해야 한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너무 많은데 정부가 무조건 재정 지원하면서 존속시키는 것은 국민 정서상 혹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힘들다. 영국처럼 선 지원, 후 구조조정의 조건을 달아서 일정 기간 생존 기회를 주고 그게 안 됐을 때 통폐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고, 지역사회와 경쟁력 있는 학과를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가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대학 재정지원과 함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가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대학 재정지원과 함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역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평가는

△김 이사장=근본적으로 대학은 정부가 구조조정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 스스로 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문명의 전환기다. 산업 문명 시대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바뀌었는데 아직 돌 다루는 법만 가르치는 꼴 같다.

대학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캠퍼스가 있건 없건 지역의 근거지가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대학은 하나도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하버드대나 애리조나주립대 등 유수의 대학 강의를 듣지 않겠나.

지금 국대 대학의 80%가 사립대인데 이대로 두면 다 망한다. 이렇게 사립대학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일본은 조그만 대학들이 많은데 어떻게 다 생존할까. 작지만 구조조정도 하고 패러다임도 바꾸고 한다. 일본 대학은 교수 급여의 절반을 국가가 대준다. 우리나라도 공립이든 사립이든 중·고등학교 교사들 급여는 100% 대주는데 이미 보편화된 대학에는 왜 그렇지 않은가. 재정이 대학 발전의 전부는 아니지만 재정이 어려운데 좋은 교육은 불가능 하다. 살릴 수 있는 길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신설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 석좌교수=교육교부금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인데 매년 초·중·고 학생 수는 감소한다. 지난 10년간 196개의 초·중·고가 사라졌다. 결국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게 될 텐데 교부금은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이 파이 싸움을 벌이다 보니 대안으로 교육세를 떼오는 방법을 낸 것 같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의 방법이 좋지만 이러한 방안이라도 추진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사립대는 2.7% 수준의 재정 적자율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등록금 동결이나 물가 인상률을 감안했을 때 재정이 30% 정도는 자연 삭감됐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세계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을 보면 대개 국내총생산(GDP) 수준하고 걸맞게 간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도 등록금이 현재보다 높아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특별회계 신설과 함께 지역균형발전특별법, 평생교육지원법 등 세 축으로 대학을 지원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OECD 수준으로 가려면 8조 원에서 12조 원정도는 더 지원해줘야 한다. 특히 지원은 인건비와 경상비, 꼭 필요한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정부에서 해줘야 할 책무가 있다. 무엇보다 모든 대학은 나름대로 다 다른 경영 철학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획일적인 평가 지표를 통해 재정 지원을 한다면 대학의 자생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재정 지원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대신 전제 조건이 있다. 대학이 흡족할 정도의 양질의 교육을 하고 취업률을 높이는 등 반대 급부가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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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장=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화급한 문제다. 이 석좌 교수는 재정이 30%정도 자연 삭감됐다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절반 가까이는 준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재정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그렇게 안 나오지만 학교 시설 관리 등으로 들어간 비용들도 자세히 살펴 보면 용역을 주는 게 많다. 다 인건비인 셈이다. 대학은 겨우 먹고 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무슨 미래 경쟁력이 있겠나. 그런 집단에서 어떻게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전혀 불가능하다.

하버드대는 기금만 70조 원이다. 우리나라는 소위 스카이 대학 다 합쳐봐야 10조도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우리 대학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따지는 건 굉장히 허망하다. 이제는 일단 망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만큼 급하다.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이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대학 총장의 임기 문제를 지적하며 리더십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이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대학 총장의 임기 문제를 지적하며 리더십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대학은 혁신을 위해 자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나

△이 석좌교수=대학이 지금도 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과 여건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총장을 비롯해서 또 구성원들 모두 다 허리를 졸라매고 아끼면서 나름대로 생존 전략을 수립해 왔다. 하지만 생존 전략 자체보다 환경 변화가 훨씬 빠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진국을 보면 몇 가지 틀로 바꿔가고 있다. 하나는 융합적으로 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습 방법의 대혁명이다. 가까운 장래에 교육계에 빅뱅이 온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을 감안해서 혁신을 해야 한다.

기업도 건질 게 있어야 투자한다. 과거엔 건물 하나 지어주고 자기 이름을 거는 방식의 하드웨어 중심의 기부였다면 지금은 그게 아니다. 지금은 AI나 빅데이터, 로봇 등 소프트웨어 중심 투자로 가야 한다. 현장 중심으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교육도 중요해졌다. 메사추세츠의 뱁슨 칼리지는 졸업생 17%가 즉시 창업을 한다. 하버드가 7%고 매사추세츠공대(MIT)가 13% 정도 된다. 변화를 따라가는 자기 혁신과 노력이 있을 때 기업도 대학 지원에 참여할 수 있다.

△김 이사장=사실 기부는 굉장히 힘들다. 미국은 독특한 전통이 있는 나라다. 일본도 힘들고 유럽에서도 그런 기부는 쉬운 것 같지 않다. 결국 국가 지원이 중요하다. 물론 대학이 스스로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인터넷에 한 번 ‘사학’을 검색해보라. 사학 비리가 자동 연관 검색어로 뜬다. 그런 측면에서 교수 사회의 전통과 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

-리더십이나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김 이사장=대학 교육이 세상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 리더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대학에 가도 대학에 20년 후나 30년 후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4년 임기부터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립대 같은 경우는 제각기 다른 빛깔을 내야 보석들이 된다. 우리 대학은 다 똑같이 한다. 4년은 짧다. 일본도 국립대 총장 임기를 6년으로 다 바꿨다. 거기에 덧붙여 지금 총장 선출 방식이 다 직선제로 가고 있다. 프로축구팀이 아닌 동네 축구팀과 같다. 선수를 쫓아낼 수도 있고 바깥에서 굉장히 좋은 선수를 파격적인 대우로 데려올 수도 있는 프로축구팀이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동네 사람들끼리만 모여 돌아가면서 주장을 맡는 꼴이다.

△이 석좌교수=미국의 경우 평균 재임 시간 기간이 13년 정도 된다. 미국은 마치 ‘총장 마켓(시장)’과 같은 대학 총장 풀이 있다. 총장으로 가기 전에 교무처장, 학과장, 부총장 등 경험들을 충분히 쌓는다. 한 곳에서 잘하면 다른 대학의 부총장으로 가고 또 잘하면 총장으로 가고 장기간 재임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의 경우 직선제가 1988년도에 시작됐다. 직선제는 선출제도에 따른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자교 교수 숫자가 많고 큰 대학의 경우에는 파이가 크기 때문에 인재들도 많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수가 얼마 안되면서 거기서 또 반으로 갈리고 한 표 차이로 총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4년 내내 서로 반목을 하고 반대편의 사람이 와신상담해서 다음에 총장이 되기 위한 노력을 불과 2년 뒤부터 시작한다. 총장을 재수, 삼수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미국을 본받아야 할 것은 전임 총장과 후임 총장이 한 6개월 정도 근무가 겹치는 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게 해서 연착륙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정치판처럼 전임 총장을 전부 망가뜨리고 다시 시작한다. 대학 혁신은 효과가 나오면 빠르면 3년 보통은 5년 늦으면 8년에서 10년 뒤에 결과가 나온다. 전임 총장이 해놓은 걸 열매를 그 다음 총장이 맺는 거다.

선도 대학들을 중심으로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내부 사람만 총장으로 선출할 게 아니라 진짜 실적이 있고 훌륭한 총장이라면 외부에서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왼쪽)과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 재정 지원과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왼쪽)과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 재정 지원과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김 이사장=대학은 5000명은 돼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훨씬 더 작은 규모의 대학이 존립하고 잘 나갈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산업 문명 시대의 최고의 덕목은 대량 생산이었다. 사람을 기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냥 똑같은 제품을 왕창 찍어내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경쟁력이 없다. 소위 국내 명문대들은 연구로 그 위치에 있는 대학이지 학부 교육을 잘하는 건 전혀 아닌 것 같다. 학부 교육을 잘하는 조그만 대학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지방에 많이 생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석좌교수=세계 유수의 명문대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혁신 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혁신 이전에 생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혁신보다는 우선 살고 본 뒤 생각해보겠다 이런 상황이다. 이렇게 대학이 많은 나라에서 과연 대학이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워주고 있는지, 또 이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또 지역사회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을 할 때가 됐다고 본다. 교수, 학생, 교직원 모두의 책임이고 나아가서는 국민의 책임이라고 본다. 캠퍼스 중심의 대학이든 플랫폼 형태의 대학이든 경쟁력이 없으면 앞으로의 우리 국가 경쟁력은 없다. 경쟁력은 결국 대학 인재에서 나온다.

정리=신중섭 기자·사진=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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