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칼럼]정치적 판단이 우선된 경제정책 지양해야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레고랜드 사태, 시장 불확실성 키워

한은·경제 부처, 정책 운용에 제약

면밀히 살피지 않은 근시안적 정책

경제 걸림돌 되는 일 더는 없었으면





이달 2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연준은 이번 인상까지 포함해 6월부터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으며 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로 상승했다.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최근 15년 동안 최고 수준인 4% 금리와 더불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종금리 수준이 지난번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고 하며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을 암시했다. 다만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금리 상승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회견에서 언급해 시장을 살짝 다독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연준의 공격적이고 급속한 금리 인상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현상 때문이라고 보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경제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으로 0.25%포인트로 좁혀졌던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다시 최대 1%포인트로 확대됐다. 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 원화의 평가절하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늘어난 가계부채와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요동을 치는 국내 채권시장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폭에 대한 한국은행의 고민은 클 것으로 보인다.



물가·환율·자본유출입·고용·가계부채, 금융시장의 동향 등 여러 가지 상충하는 경제문제를 동시에 고민할 때 한국은행은 가장 중요한 한국은행의 목표가 무엇인지 숙고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과 정부 경제 부처의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미 연준의 급속한 금리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공급망 불안 등 외부의 충격만으로도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데 정치적 고려를 우선한 경제정책들이 중앙은행과 경제 부처의 경제 운용에 제약이 되는 현실을 보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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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가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설립된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2000억 여 원 채권에 대해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선 공사채·지방채의 신용에 타격을 줘 최우량 등급의 기업인 한국전력·한국도로공사 등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에 지장을 줬다. 사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행 주체인 건설회사들의 자금 마련을 어렵게 했고 채권시장에서 자금 마련이 힘들게 되자 많은 기업들이 계획한 투자를 실행하는 데 곤란을 겪고 투자를 유보하고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섰다. 또한 시장에서는 저금리 시기에 부동산 PF 참여로 수익을 올린 일부 금융회사들의 재무 건정성마저 의심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중앙정부와 한국은행은 50조 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발표했다. 2000억 여 원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 거부로 촉발된 위기를 막기 위해 50조 원의 자금이 공급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거부할 때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충격의 여파는 지역 채권시장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게 됐다. 또한 지방정부 또는 공공기관에서 문제가 생기면 결국 중앙정부가 나서 급한 불을 꺼준다는 좋지 않은 선례도 남기게 됐다.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된 정책 결정이 경제 운용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예는 레고랜드 사태와 현 여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정권에서 보여준 주택가격을 올리기만 한 여러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도 가계부채를 상승시켜 현재 경제정책 시행에 제약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정치인들이 경제정책을 고려할 때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살피지 않는 근시안적 정책으로 경제의 걸림돌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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