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韓, 방산·수소·철도 등 '20개 프로젝트' 수주…원전은 추후 협력

[빈 살만 방한-기대 커지는 '제2 중동 붐' ]

660조 네옴시티에 韓 첨단기술 매력

이란과 갈등에 무기수출 가능성도 커

사우디 등 고유가 등업고 바잉파워 쑥

한국, 무역 적자 속 '기회의 땅'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은 이달까지 8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 사우디가 건설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규모만 해도 5000억 달러(약 660조 원)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에는 건설·철도 등 교통망, 5세대(5G) 통신 등 인프라가 총망라된다.

여기에 아람코를 통한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 원유 수급, 그린수소 등 에너지 분야 협력에, 사우디와 이란과의 갈등에 따른 무기 수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사업을 합치면 근 1조 달러(1300조 원) 프로젝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중 20여개 프로젝트에서 100조 원이 넘는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제2의 중동 특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사우디 입장에서도 첨단 산업에서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참여가 절실해 양국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에는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 투자부와 국내 기업 간 투자·업무협약(MOU) 체결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 건설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역내 북서부 홍해 인근 2만 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신도시를 짓는 사업이다. 2025년 1차 완공, 203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는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세계 최대 너비에 높이 500m에 이르는 쌍둥이 빌딩도 들어선다. 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첫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1조 4000억 원 규모의 터널 공사를 6월 수주했다.



정부 역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에 팔을 걷었다. 이달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네옴 수주를 위해 꾸린 원팀코리아는 사우디에서 큰 환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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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들썩인다. 네옴시티에 첨단 ICT가 접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미 중동 세일즈에 나섰다. 여세를 몰아 제2의 중동 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제3의 시장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중동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불안정한 자원 수급을 안정화하고 고유가로 막대한 돈을 번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해 주요 수출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우디·쿠웨이트·오만·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GCC 6개 회원국은 올해 6.5%(IMF 기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나왔던 올해 전망치보다 2배 이상 높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바잉 파워를 갖춘 최대 황금 시장이 될 수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매력이 늘어나는 지역이 중동”이라며 “화석연료에 집중하던 이들 국가가 최근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방산 육성 등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같은 산업 전환에서 한국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한국전력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17일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65억 달러(약 8조 5540억 원) 규모의 ‘그린수소 플랜트 건설 추진 프로젝트’ MOU를 체결한다.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친환경 수소를 뜻한다. 수소와 질소가 결합된 암모니아 상태로 운송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MOU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일정에 맞춰 추진되는 것으로 빈 살만 왕세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39만 6694㎡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번 사업에는 삼성물산 등 민간기업과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 등이 참여하게 된다.

원전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는 현재 1.4GW 규모의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원전 업계에서는 수주전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경합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정상회담에 한미 원전 공동 진출 등의 의제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서는 미국 원자력법 123조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탓에 이번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미국과 협력한다면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이 승리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이번에는 결과를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리야드는 2030 엑스포 유치를 놓고 부산과 경쟁 중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을 통해 엑스포 유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면서도 우리 측과 프로젝트 수주를 지렛대로 물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세종=우영탁 기자·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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