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동상이몽 '방폐장법'…또 골든타임 놓치나

21일 상정…22일 법안 소위 열지만

'원전 계속 운전' 여야 입장 달라

이르면 2027년 방폐물 포화 전망

"부지선정만 13년●입법 서둘러야"





국회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장 확보를 위한 특별법 논의를 본격화한다. ‘탈원전 폐기’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신규 원전을 지으면 이미 코앞으로 다가온 방폐물 포화 시점이 앞당겨지는 만큼 방폐장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원전 정책을 둘러싼 정부 여당과 야당 간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경우 방폐장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상정하고 다음날인 22일 법안소위를 개최한다. 여당에서는 김영식 의원, 야당에서는 김성환 의원도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의원의 법안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를 거쳐 발의한 사실상의 정부 입법안이다. 방폐장 유치 지역을 위한 특별지원금 등 인센티브를 강조했다. 김영식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은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고준위 방폐장 구축 로드맵에서 제시한 시점보다 10년을 앞당겼다. 김성환 의원의 법안은 현재 건설·운영 중인 발전용 원자로의 설계 수명 기간에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만 저장하도록 했다.





여야 법안 모두 국무총리 산하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공론화와 주민투표를 거쳐 방폐장 부지를 확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야 간 핵심 쟁점은 원전을 계속 돌릴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성환 의원의 법안은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탈원전’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가 합의하려면 현 정부의 친원전과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간 공방이 불가피한 만큼 특별법 입법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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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 방폐물을 저장하고 있는 원전 내 임시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월성원전은 방폐물 저장률 98.4%로 포화에 가까워졌고 고리(85.9%), 한울(82.5%), 한빛(74.9%)원전 역시 2030년께 포화를 앞두고 있다. 현 정부가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방폐물 발생도 그만큼 늘어나 포화 시점은 더 당겨질 수 있다. 방폐물학회에 따르면 현 정부의 정책대로 원전 10기를 계속 운전할 경우 포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4년 빨라진 2027년 말이 될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방폐물을 저장할 곳이 없으면 멀쩡한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내년부터 특별법을 시행한다 해도 2060년에나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연내 입법은 필수적이다. 세계 최초로 방폐물처분시설을 세워 내년부터 시운전하는 핀란드는 1994년 이미 원자력법을 개정했다. 프랑스는 2006년 관련 법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부지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지 선정에 소요되는 기간만 13년에 이를 정도로 방폐장 건설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 하루라도 서둘러야 한다”며 “수십 년간 원전 혜택을 누려온 현 세대가 방폐장 건설 문제를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민주당이 최근 ‘입법 독주’를 이어가고 있어 방폐장 특별법 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특별법이 상정은 되겠지만 22일 법안소위 안건에 오를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며 “안건 조정에 난항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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