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날로그로 돌아갔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 무슨일

11일째 국가 서버 다운

구글맵 캡처구글맵 캡처




남태평양 섬나라인 바누아투의 국가 서버가 사이버 공격을 받고 불능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현재 바누아투의 정부·학교·병원 등 주요 시설의 인터넷망 접속은 이날 기준 11일 넘게 제한되고 있다. 도메인이나 이메일에 바누아투 정부를 상징하는 'gov.vu'가 포함된 경우는 모두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로 파악됐다. 바누아투 의회와 총리실, 경찰 웹사이트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학교와 병원, 기타 응급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정부 기관의 이메일, 인트라넷,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등 각종 시스템도 먹통이 됐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과 31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은 세금 처리, 면허증 및 비자 발급, 각종 청구서 발행 등 기본적 업무를 처리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각 기관 직원들은 급한 대로 개인 이메일이나 핫스폿을 이용하고 있으며 전자 결제 대신 수표를 사용하고 전달 사항이 있는 경우 해당 부서까지 직접 찾아가 메모를 건네는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BBC는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공무원을 인용, 바누아투 정부의 인터넷 서버가 이달 4일부터 마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당시 정부 기관에 보낸 이메일이 반송되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마비 사태가 이어지자 바누아투 정부는 지난 9일 성명을 내 “이메일, 네트워크 공유, VoIP 및 기타 온라인 정부 운영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버 마비의 원인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해진 해킹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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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공격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공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호주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해커들은 바누아투 정부에 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이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바누아투는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령 서파푸아의 독립을 지지해왔는데 이에 앙심을 품고 자행된 해킹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BBC는 바누아투가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 비춰 이번 공격이 서방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태평양 도서국에서는 이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둔 미국, 호주 등 서방과 중국 간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은 특히 해당 경쟁의 주요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데, 일례로 호주 정부는 지난해 자국의 통신 기업 '텔스트라'(Telstra)가 다국적 기업인 ‘디지셀 퍼시픽(Digicel Pacific)’을 인수하는 것을 지원한 바 있다. BBC는 호주의 해당 결정은 앞서 디지셀 퍼시픽이 자사 일부를 중국 최대 통신 기업인 ‘차이나 모바일(China Mobile)’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킹 공격은 태평양의 치열한 경쟁을 드러내는 예다. 호주도 최근 몇 주간 건강 보험과 통신 회사에 대한 해킹 시도가 이뤄져 인구 절반의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누아투는 주로 농업과 관광에 의존해 해킹 공격에 대응할 자원도 부족하다.

호주 언론인이자 과거 바누아투 정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지니 스테인은 BBC에 "해킹을 감당할 자원을 갖추지 못한 작은 섬나라에 이 같은 공격을 가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민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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