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노조법 개정안, 위헌 소지 다분…법치 근간 훼손 우려"

차진아 고려대 교수, 전경련 의뢰로 분석

평등권·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 우려 높아

"불법을 합법화…위헌으로 판단돼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월 1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욱 기자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월 1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욱 기자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다양한 노조법 개정안들이 사용자의 재산권·평등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연구 의뢰로 발표한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차 교수는 위법한 쟁의행위 과정에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직업의 자유(영업활동의 자유)·재산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 특권을 노조에게만 부여하는 건 합리적 근거 없이 근로자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또 약자 보호라는 법의 취지와 달리 특혜 대상이 노조에만 한정돼 시민단체나 보호가 필요한 다른 집단들과의 평등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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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손해배상 제한으로 파업이 빈발하게 되면 사업자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직업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또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압류 신청 제한, 신원보증인 면책 등 조항들은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해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에 담긴 노조의 폭력·파괴행위에 대한 면책이 법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폭력·파괴행위의 경우에만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고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경우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도록 했다. 특히 폭력·파괴행위로 노조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도 노조 존립이 불가능할 우려가 있을 땐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불법을 합법화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개념·노동쟁의 범위 확대 등을 포함한 노조법 개정안은 현행 노동법 체계와도 맞지 않아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현행 노동법 체계는 직접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을 전제로 하는데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하청 노동자도 교섭대상자로 인정하면 기존 법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폭력·파괴행위의 책임 감면 등을 입법화한 사례는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손해배상 제한의 근거로 영국 사례를 드는데, 이에 대해서도 차 교수는 “영국은 단순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상한액을 정하고 있어 한국 노조법 개정안의 내용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프랑스에서는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입법화됐다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1982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노조법 개정안의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입법 취지와 달리 오히려 빈번한 노사갈등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위축시켜 투자 축소, 공장의 외국 이전 등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차 교수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삼권의 기본정신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기 위함에 있다”며 “노사 간의 사회적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와 규범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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