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이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후보물질 ‘포지오티닙’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속허가 여부가 오늘(현지시간) 안에 결정된다. 한미약품이 랩스커버리 플랫폼기술을 접못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국내 제품명 롤베돈)에 이어 FDA 허가 신약 2종 배출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은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른 포지오티닙의 FDA 심사기한이 도래했다. FDA는 빠르면 금일 늦은 밤, 늦어도 다음날 오전까지 포지오티닙 신속승인 심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미국 스펙트럼에 pan-HER2(진행성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 저해제 계열 항암신약후보물질 포지오티닙을 기술수출했다. 스펙트럼은 한국,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포지오티닙을 개발 및 상업화할 권리를 넘겨받아 다양한 암종에서 활용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당초 유방암 치료제 개발 가능성 등이 거론됐는데 HER2 또는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관련 돌연변이 소견이 있는 비소세포폐암에서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번 FDA 심사대에 오른 적응증은 선행치료 경험이 있는 HER2 엑손(exon) 20 삽입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 FDA 신속심사대상으로 지정을 받았다.
스펙트럼이 해당 적응증으로 FDA 신약허가신청(NDA)에 나선 건 지난해 12월이다. 하지만 올해 9월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포지오티닙의 허가와 관련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신속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당시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포지오티닙의 종양억제 효과가 신속 승인을 받을 만큼 충분하지 않은 데다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높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펙트럼이 제출한 포지오티닙 2상 임상 결과에서 종양크기 감소 등 포지오티닙에 반응을 보인 환자 비율(ORR)이 28% 수준으로 기존 약물대비 유용성이 크다지 않다는 게 ODAC의 판단이다. 포지오티닙 16mg을 복용하며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을 보인 환자 비율이 85%, 약물용량을 줄인 환자가 57%나 되는 것도 부정적 의견의 근거로 제시됐다.
위원회의 의견은 그야말로 권고일 뿐, FDA 심사 결과에 대한 구속력을 갖진 않는다. 다만 FDA 심사 전례를 볼 때 80% 가량은 ODAC 권고를 따른다는 점이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포지오티닙이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이후 얀센의 이중항체 '리브레반트'와 항체약물복합체(ADC) '엔허투' 등 HER2 변이 관련 항암신약들이 허가를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도 FDA 판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신속승인이 좌절되더라도 포지오티닙의 상업화 여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스펙트럼은 HER2와 EGFR 변이 관련 무려 7개의 코호트를 대상으로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3상임상까지 진행하면서 개선된 유효성,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거나 또다른 세부 변이로 신약허가에 도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FDA 신속승인 우려와 관련해 "포지오티닙은 기존 치료제에 반응이 없는 환자에게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서 투약할 수 있다. 정맥 주사가 아닌 먹는 형태의 항암제라는 점에서도 유용성은 뚜렷하다"며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 반응은 다른 의약품에서도 나타나는 사례들이어서 충분히 예측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혜택이 위험보다 분명히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