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기업공개(IPO)를 중단한다고 밝혔을 때 시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모회사와 중복 상장 등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문제점은 결국 ‘비싸다’는 것으로 수렴했다.
라이온하트는 자사의 상장 이후 시가총액을 3조~4조 5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자사 순이익에 25배 넘는 주가순이익비율(PER)을 곱한 결과다. 당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PER이 20배에 못 미쳤던 것을 고려할 때 ‘너무 높다’는 비판은 당연했다. ‘오딘’이라는 모바일 게임 하나로 막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기업의 시총이 4조 원이 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다른 정보기술(IT)·플랫폼 기업들이 IPO 시장에서 줄줄이 쓴맛을 보고 있던 참이었다. 대표가 직접 “상장 철회는 없다”고 공언했던 원스토어는 IPO를 포기했고 쏘카는 원하던 몸값보다 공모가를 대폭 내리고서야 증시에 입성했다. 라이온하트가 이를 몰랐다면 상장을 논할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고 알았다면 공모주 투자자들을 기만해야 할 속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는 문구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플랫폼’ 혹은 ‘특례 상장’이라는 말만 들어도 손사래를 친다. 그럼에도 고평가 논란 속에 IPO를 중단하는 성장주가 많은 것은 아직도 IT 기업들이 파티가 끝난 줄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컬리·케이뱅크 등 조(兆) 단위 성장주가 또 상장을 앞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이 기존 주주 때문이든, 호승심에서든 ‘고평가 논란’을 다시 부를 것이라는 회의론에 휩싸여 있다. 컬리와 케이뱅크 등의 상장이 공론화하던 지난해보다 시장에서 보는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도 이런 시선에 한몫한다. “모든 성장주가 파티에 취해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들이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상장을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