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은 뒷전으로 미루고 제 밥그릇 챙기기 ‘협치’ 나선 與野


여야 정치권이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극심한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7000억 원이 넘는 국회 예산에 대해서는 합의로 수백억 원대의 추가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는 보좌관·선임비서관·비서관 등 보좌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내년도 인건비 예산을 정부안보다 42억 7200만 원이나 더 늘리기로 했다. 6급 이하 비서관의 호봉을 일괄적으로 3단계씩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세미나와 토론회를 생중계하는 데 51억 원이 책정됐고 버스 교체나 식당 개선에도 수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기로 했다. 개당 100만 원짜리 국회 회의실 의자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즉각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 데는 발 빠르게 뭉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반면 민생과 직결된 내년도 예산안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몽니에 부딪혀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공공분양 주택 등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정 과제와 관련된 예산을 모조리 틀어막고 있다. 반면 신재생 발전 등 자신들이 내세우는 정책 관련 예산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운영·보건복지·문화체육관광·정보위원회 등 네 곳의 상임위원회는 정기국회 기간 중 법안소위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법인세 인하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 시급한 세제 입법을 논의해야 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은 넉 달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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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파고로 경제 한파가 매서워지는 가운데 민생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가계와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겹게 버티는데 여야 정치권은 고통 분담에 동참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한통속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산과 민생·경제 법안을 놓고 치고받으면서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만 ‘협치’하는 정치권의 후안무치 행태는 국민을 분노와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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