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를 재듯 일상생활 중 혈압을 직접 재는 '가정혈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실천율은 고혈압 환자 3명 중 1명 꼴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전국 30대 이상 고혈압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가정혈압 측정에 관한 인식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고혈압은 초기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장기에 합병증을 유발한다. 의료계에서는 고혈압 환자 스스로 집에서 측정한 혈압 수치를 기록했다가 의료진과 상담하는 '가정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직접 혈압을 잰다'고 응답한 환자는 전체 1000명 중 355명(35.5)%에 불과했다. 2017년 조사와 비교하면 5년새 4.1%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3분의 2 가량은(1000명 중 545명)은 가정혈압을 측정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가정혈압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1000명 중 665명(65.5%)이었다. 5년 전(60.6%)보다 약 5% 포인트 증가했지만 나머지 34.5%는 아직도 가정혈압 자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약 1260만 명에 달한다. 30세 이상 국민 10명 중 3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가정혈압 측정은 재현성이 높고 동일 시간대의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특히 백의 고혈압(의사 앞에서 혈압을 측정하면 집에서 잴 때보다 높게 측정되는 경우), 가면 고혈압(가정에서 혈압을 재면 고혈압인데 병원에서는 낮게 측정되는 경우) 등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는 2017년 가정혈압포럼을 발족하고 올바른 가정혈압 측정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실제 가정혈압 측정을 실천하고 있는 환자의 82.0%가 가정혈압 측정이 고혈압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혈압 변화를 살펴볼 수 있어서(81.4%) △혈압 조절 목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어서(47.4%) △치료제 복용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37.5%)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철호 대한고혈압학회 가정혈압포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교수)은 "가정혈압에 대한 인지율과 측정 비율이 5년 전보다는 4∼5%포인트 정도 높아졌지만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며 "국내 가정혈압 인식을 높이고 올바른 가정혈압 측정 방법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