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기존 계약도 취소하는데 매수는 무슨…집 살 생각 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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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부동산시장의 하락세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연일 급락하자 억대에 달하는 계약금을 이미 완료된 분양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책에도 매수심리가 되살아나지 않으면서 부동산시장은 역대 최악의 빙하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4년 12월 입주가 예정된 인천 연수구 ‘송도자이더스타’의 수분양자들 일부가 최근 분양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사는 계약해지를 요청한 이들 중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은 이들에 한해 계약을 해지했는데, 다만 전체 분양가 중 10%는 위약금으로 지급하게 했다. 이 단지의 계약금은 전체 분양가의 20%였다.

지난해 11월 청약을 진행한 송도자이더스타는 분양가가 전용면적 84㎡ 기준 8억1490만~9억5540만원, 발코니 확장비가 3322만~3364만원에 달했다. 전용면적 99㎡의 경우 분양가는 9억5900만~11억2400만원, 확장비는 3887만~3958만원이었다. 통상 대부분의 계약자가 발코니 확장을 진행하고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를 입주 시점에 후불로 지급해야 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분양가는 84㎡ 기준 10억원, 99㎡ 기준 12억원을 훌쩍 웃돈다. 전용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계약을 해지한 이들이 포기한 계약금만 최소 8000만원에서 1억원을 넘어선다.



수분양자들이 계약 해지를 진행하는 이유는 고분양가라는 판단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급락으로 최근 송도 신축아파트들은 송도자이더스타 분양가의 절반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2019년 입주한 송도 SKVIEW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8월 10억5000만원(16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올 11월 절반 수준인 5억6500만원(6층)에 거래됐다. 2020년 입주한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면적 84㎡(12억4500만원 → 6억원)와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2차 전용면적 84㎡(10억3000만원 → 6억3000만원), 랜드마크시티센트럴더샵 전용면적 84㎡(9억5000만원 → 5억9000만원)도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송도자이더스타는 분양 당시에도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무순위청약을 통해 겨우 완판됐는데, 현재 인근 아파트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다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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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아파트 매수심리는 더욱 가라앉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74.4)보다 하락한 73.1를 기록했다. 이로써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에 이어 또 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이 100으로, 기준선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반면 100보다 높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은 것을 뜻한다.

수도권에서의 매매심리가 더욱 악화됐다. 수도권의 매매수급지수는 전주(69.4)보다 낮은 68.0으로, 통계 집계 첫 주(61.5)에 이어 가장 낮았다.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65.7으로 전주(66.7)보다 하락하며, 전주와 마찬가지로 통계 집계 첫 주인 2012년 7월 첫째 주(5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경기 매매수급지수는 69.2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60선을 기록했다. 인천은 전주(69.6)보다 낮은 68.5를 기록하며, 2013년 9월 둘째주(66.1) 이후 가장 낮았다. 지방의 매매수급지수는 77.8로 2019년 11월 둘째주(77.2) 이후 가장 낮았다.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매매가도 매주 최대 하락폭을 경신하고 있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59% 하락하며 올 5월 둘째주부터 31주 연속 하락했다. 주간 하락폭은 전주(-0.56%)에 이어 또 다시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가 하락폭은 수도권(-0.69%→-0.74%)과 지방(-0.43%→-0.45%) 모두에서 확대됐다. 시도별로는 세종(-1.02%)시의 하락 폭이 가장 컸으며, 인천(-0.98%)과 경기(-0.78%), 대구(-0.68%), 대전(-0.61%), 서울(-0.59%), 울산(-0.58%), 부산(-0.53%), 경남(-0.51%) 등의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전세가격의 하락세도 더욱 가팔라졌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0.73% 하락하며 전주(-0.69%) 대비 하락폭을 키웠다. 전세가 하락폭은 수도권(-0.95%→-1.00%)과 지방(-0.44%→-0.47%) 모두 확대됐으며, 시도별로는 인천(-1.11%), 경기(-1.00%), 서울(-0.96%), 대구(-0.85%), 세종(-0.81%), 울산(-0.68%), 대전(-0.62%), 부산(-0.60%), 광주(-0.46%)등이 뒤를 이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하락폭이 계속해서 확대되면서 부동산시장은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매가의 하락으로 역전세를 우려하는 임차인들은 더 저렴한 전세매물을 찾고, 이는 다시 매매시장을 자극해 매매가를 끌어내린다. 매매시장에서 매도에 실패한 물량도 전세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전세매물은 늘어나고, 전세가는 물론 매매가까지 더욱 크게 하락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셈이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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