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용에서 몇 번 다루긴 했지만 여전히 생분해 플라스틱 헷갈리는 용사님들 많을 거예요. 사실 에디터들도 그래요. ‘생분해 플라스틱’이라고 묶어서 부르지만 소재도 인증도 다양하고, 좀 알겠다 싶을 때쯤 또 신기술이 나와서 “짜잔, 이전 제품은 친환경이 아닙니다” 요러고...(깊은 빡침...) 그나마 EL724라는 인증을 받은 생분해 플라스틱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더 나은 기술이 등장했더라고요.
2주~2개월이면 분해 끝
EL724보다 나은 제품을 찾아 달려간 곳은...구로디지털단지의 ‘데이원랩’ 사무실. 데이원랩이 개발한 생분해 플라스틱 신소재 ‘인:오션(innocean)’은 온도 15도 이하의 토양에서 2개월 이내, 역시 15도 이하의 바닷속에서 2주 이내에 완전 분해된다는 놀라운 소식이에요. 58도라는 고온이 필요한 기존 EL724 생분해 플라스틱과 비교해도 훨씬 나은 조건.
진짜인지 궁금해서 이주봉 데이원랩 대표님께 캐물어봤어요. 뭘로 만드는데 이게 가능한 거냐고요. 그랬더니 “해양에서 얻은 탄수화물, 육지에서 얻은 단백질로 만드는데 구체적인 건 영업 비밀(찡긋)”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업사이클 가능한 소재들이고 폐기물에서도 추출할 수 있단 힌트만 들었어요. 천연 재료로 만들었으니까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과 비교하면 탄소배출량도 84%나 적고요. 데이원랩은 ‘인:오션’을 올해 4월 개발했고 대량 생산을 위한 투자를 유치하는 중이에요.
‘인:오션’이 하루아침에 개발된 건 아니에요. 이 대표님이 지난 5,6년을 매달렸고 지금도 데이원랩 팀원들(TMI : 22명 중 R&D 인력만 17명)이 최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고생한 덕분에 “기술적으로 데이원랩이 가장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대표님. “천연 물질로 펠렛까지 만드는 기술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천연 물질을 썼단 건 그만큼 환경에 무해하고 분해가 빠르단 의미. 그리고 알갱이처럼 생긴 펠렛(아래 사진 왼쪽)은 가공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데이원랩은 생분해보단 ‘자연분해’라는 단어를 써요. 자연의 물질로 만들어서 쓰다가 미생물에 의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그런 마음이 편안해지는 의미. 심지어 분해 후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역할을 해줘서 다시 그 땅에 작물을 길러 원료를 추출해 인:오션으로 만들면 된대요. 진정한 순환경제.
먹어도 될만큼 무해한
데이원랩의 제품은 심지어 먹어도 될 만큼 무해하대요. 실제로 드셔보셨냐고 여쭤봤더니 “뜨거운 아스팔트에 계란을 익히는 실험을 하고 나서 그 계란을 먹진 않잖아요”라고 웃으시면서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굳히기 위해 설명회에서 실제로 먹는 모습을 보여드릴까도 생각 중”이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이런 특성을 살려 장기적으로는 유아용품, 반려동물용품 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세웠대요.
인:오션을 집어넣어서 3D프린터로 찍어낸 시제품(사진)도 만져봤어요. 플라스틱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질감이 아주 낯설었어요. 미래에서 온 물건을 만져보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비중을 조절해서 다양한 물성을 만들어낼 수 있대요.
내구성은 정말 단단한 고강도 제품으로 만들려면 아직 5~10년가량 기술 개발이 필요하지만 당장 폰케이스, 식품 포장재, 화장품 용기, 빨대 등으로 만들 기술은 갖춰졌다고. 내년 하반기쯤이면 실제로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을 거래요.
이 대표님은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만 환경 측면에서 세상에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즐겁다”고 하셨어요. 그만큼 정부와 소비자들도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그래서 레터에서도 EL724, EL727의 한계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드려 봤어요. 눈치 빠른 용사님들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인:오션 같은 소재가 앞으로 흔해지더라도 지금처럼 일반 쓰레기로 모아서 태워버리는 시스템이라면 별 소용이 없어요. 따로 선별해서 정말 자연분해될 수 있는, 그리고 자원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겠죠. 데이원랩 같은 회사들이 더 나은 미래를 예상보다 빨리 실현시킬 수 있길 기대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