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1·6국회의사당폭동특별위원회’가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을 권고하는 의견을 포함한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 미 의회가 전직 대통령에게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처음으로 이에 따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1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특위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란 선동 및 의사 집행 방해, 미국을 속이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한 음모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1·6폭동은 지난 대선에서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공식 인준을 막기 위해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을 무력 점거했다 진압된 초유의 사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태 당시 직접 시위대 앞에 등장해 불복 선언을 하고 그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이날 특위의 기소 의견에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미 의회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의 범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라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특위와 별개로 법무부도 이 사태를 비롯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 의혹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어 실제 기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특위가 개최한 공개 청문회 과정에서도 일부 측근들의 공개 증언으로 폭동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화당 내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리즈 체니 의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도를 즉각 막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직무를 유기했으며 어떤 공직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 로프그린 민주당 하원의원도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사기 주장을 퍼뜨리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증거가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거듭되는 악재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14일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는 31%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15년 7월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안으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특위 결과를 “극도로 당파적인 위원회가 만든 가짜 혐의”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