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호텔 투자 공모펀드가 호텔 매각 실패 뒤 이자가 급등하며 손실 위기에 처했다. 개인이 투자한 호텔이 부실자산으로 전락하자 도로 대형 기관투자가가 싼값에 투자하는 형국이다. 주로 대형 기관투자가의 대상이던 호텔 투자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이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정보 비대칭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에 담보대출을 해준 KDB산업은행·신한생명·코리안리 등 대주단은 최근 연합자산관리(유암코)·하나F&I 등에 대출 채권을 매각했다.
원금만 총 1380억 원의 대출 채권을 가져간 새로운 대주단은 앞으로 연 12% 이자로 만기 1년간 담보대출 채권자가 된다. 기존 대출이자는 3.3~4.9%였지만 최대 4배 가까이 늘어났고 만기도 5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대출이자의 부담은 티마크그랜드호텔이 지고 공모펀드인 ‘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종류형부동산투자신탁’이 떠받치는 구조다. 이 펀드는 2016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690억 원을 모으고 1380억 원의 대출을 받아 총 2100억 원에 티마크그랜드호텔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차례 매각에 실패했고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가 오르면서 12%의 높은 이자를 물게 됐다”면서 “호텔 운영 수익으로 이자를 갚겠지만 수익이 모자를 경우 투자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만기가 2021년 7월이지만 호텔 매각에 실패하면서 연장했다. 올 4월에는 계획한 이익금을 분배하지 못했고 최근 또 한 번 매각을 시도해 마스턴자산운용이 싱가포르투자청과 손잡고 인수를 하기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으나 포기했다. 차순위 협상자인 KT&G·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이 있지만 현재는 인수 의사를 접었다.
결국 대출 만기 1년 동안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경매를 통해 헐값에 넘어간다. 대출 채권의 새로운 인수자가 부실자산에 투자하는 유암코 등으로 이미 업계에서는 호텔 경기가 급격하게 좋아지지 않은 한 높은 가격에 매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투자 위험에 취약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이 펀드에 가입했다는 사실이다. 개인들은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IBK기업은행·다올투자증권을 통해 이 상품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이 상품을 운용하는 하나대체운용은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고 처음에 대출한 기관 대부분도 대형 은행이거나 계열사다. 연 12% 이자율로 대출 채권을 되산 유암코 역시 시중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부실채권 투자회사다. 고위험 투자상품으로 고지했기 때문에 형식적인 불완전 판매 정황은 없지만 실질적으로 큰손들의 놀이터에 개인들이 끼어들었다가 화를 입은 형국이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호텔 담보대출은 이자가 10%면 ‘싸게 받았다’고 볼 정도여서 12% 금리는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융기관들이 고리 대출을 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