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닻 올린 노동 개혁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화물연대 불법파업 막은 정부

디지털 전환 위한 새동력 얻어

젊은층서도 노조 변화 공감대

지금이 낡은 법 바꿀 골든타임





법치주의의 실종은 노사는 물론 일반 국민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우리나라는 불법 파업이 발생해도 정부가 팔짱만 끼고 지켜보는 행태가 관행화됐다. 이 문제에 대해 새 정부는 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노동 개혁을 천명한 데 이어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 성과는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 중단으로 나타났다. 파업에 참여한 화물차주에 대해 업무 복귀 명령을 발동했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차주에 대한 폭력에 대해서는 처벌 조치도 내렸다. 경제위기로 불안한 국민은 노동 개혁의 시작에 박수를 보냈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노동 개혁의 동력도 커지게 됐다.



법치주의의 확립은 노동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노동법 제도를 현대화하고 노사의 의식과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에 개혁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반드시 노동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정부 또한 노동 개혁에 착수했다. 미래노동연구회를 만들어 전문가들이 근로시간 제도 개혁 방안부터 수립하게 했다.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몸에 맞지 않아 노동의 현실과 괴리돼 있다. 일자리의 75%가 서비스업이고 노조 조직률은 10%가 조금 넘을 뿐인데 근로시간 제도는 제조업·정규직·남성·노조 중심이다. 이러면서 국가 발전의 핵심인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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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청년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또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근로시간 제도만이라도 기술과 산업구조 그리고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게 바뀌면 노동력과 생산성이 올라가 국민소득은 최소한 10% 증가하고 정규직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불평등은 감소한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원론 교과서(저자 다론 아제모을루 등)를 보면 한국이 높은 교육 수준의 이점을 살리고 노동력을 잘 활용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영국을 능가한다고 전망한다. 낡은 노동법 제도가 노동력을 생산 요소로 취급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창의 자본으로 올라서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과 문화체육관광부 통계를 보면 경제와 노동에 대한 국민 의식은 디지털 전환에 걸맞게 역동적이다. 정부에 의존하는 경제보다 공정 경쟁을 선호하고 결과의 불평등보다 기회의 불평등이 더 문제라고 본다. 이러한 개혁 성향은 젊은 세대일수록 더 뚜렷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동 개혁이 지체·좌절돼 왔다. 노동 개혁은 제도적 소외 계층과 저임금 계층의 고용과 소득 향상의 기회를 늘리고 불평등을 줄이자는 것이지만 노동 개혁은 친(親)자본·반(反)노동으로 프레임화됐고 사람들의 판단은 흐려졌다. 노동기본권은 경제사회 약자인 근로자에게 헌법으로 부여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득권의 강화에 이용됐다.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현대화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라며 진작 노동법 현대화에 나섰다. 미국노총과 유럽노총연구소는 최근에 디지털 전환을 수용하지 않으면 노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입장을 문건으로 분명히 밝혔다. 우리나라 근로자들도 디지털화에 따른 노동의 성격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젊은 층은 노조도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정의 관점에서 노조의 운영과 의사결정이 투명해져야 하고 파업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정신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기에 노동 개혁의 성공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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