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지출 효율화 없인 깨진독 물붓기…"본인 부담률 올려 남용 막아야"

[시한부 건보재정 대수술만이 살길]

<하>지속가능한 건보재정 해법은

20% 밑도는 국고 지원 확대

건보료 인상도 불가피하지만

과잉진료·무임승차 방지 등

지출통제로 건전성 확보 시급

세대간 형평성 갈등 해소 위해

인상 로드맵·사회적합의 필요

사진 제공=이미지 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 투데이




고갈 위기에 처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 과다 이용 방지, 건보 무임승차 제어, 관리 강화를 통한 누수 방지 등 지출을 효율화하는 것 외에도 국고 지원 확대, 건보료 인상 같은 수입 증대도 불가피하다. 다만 지출 효율화가 수반되지 않는 국고 지원 확대와 건보료 인상은 강한 저항에 맞닥뜨릴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깨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울러 건보료 인상에 대한 세대 간 형평성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고령화에 바탕을 둔 객관적 재정 소요 근거와 건전성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먼저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건보 재정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건보 적립금은 올해 21조 2000억 원에 달하지만 내년부터 매년 재정 수지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를 메우다 보면 2028년에는 오히려 6조 4000억 원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 재정 수지가 올해까지는 흑자가 예상되지만 내년부터는 코로나19에 움츠러들었던 의료 이용 수요가 폭발하면서 매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는 우선 보장성을 확대한 ‘문재인케어’에 제동을 걸고 과다 이용과 무임 승차를 걸러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는 등 지출 효율화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워낙 상황이 심각한 만큼 국고 지원 확대와 건보료 인상 카드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국민건강보험법에 정부가 전체 보험료 수입의 20%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해놓은 법정 지원율에 훨씬 못 미치는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건강보험료 수입은 69조 2270억 원, 정부 지원금은 9조 5720억 원으로 지원율은 13.8%에 그쳤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2007년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한 정부 지원율 20%를 단 한 번도 충족시킨 적이 없다”며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건보 지원율이 50%가 넘고 일본도 40% 가까이 되며 대만도 26% 이상의 금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고 지원 확대와 더불어 건보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20~2060년 건보 장기 재정 전망에 의하면 누적 적자는 2060년 5765조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해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재정 전망 수치는 건보법에 의한 건보료율 상한 8%를 전제했을 때 예상되는 수치”라며 “현재의 구조가 유지되면 건보료율을 24% 내외 수준으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매년 정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며 인상률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고령화 속도를 감안해 장기적 건보료율 인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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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건보 재정 수입을 늘리는 일은 과정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국고 지원을 무리하게 늘리면 건강보험이 더이상 ‘보험’이 아니라 ‘사회 보장’ 성격이 짙어진다. 이 경우 심각한 모럴해저드는 물론 다양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 국가 상당수가 국가 재정에 의존해 의료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만연한 의료 남용이 더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의료 남용이나 부정 수급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효율을 높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보험료 인상의 경우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현재도 65세 이상 고령층이 재정을 절반 가까이를 사용하고 그 부담은 상당 부분 젊은 층이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생산가능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담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젊은 층이 늘어난 비용에 합당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불만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결국 수입 증대가 불가피하다 해도 지출 효율화는 꼭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어렵게 수입을 늘린다 해도 문재인케어와 고령화, 과다 이용, 무임승차 등으로 급증하는 지출을 통제하지 않으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건보 재정 전문가는 “비필수 의료 서비스의 비용을 높여 이용자가 필요할 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가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 모든 대책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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