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철강업계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해 2026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실증한다. 수소환원제철은 탄소 발생 없이 생산하는 철로 ‘꿈의 철강’이라 불린다. EU 등 주요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2030년까지 철강 산업 저탄소 전환에 총 2097억 원을 투입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외교부·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EU CBAM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하는 경우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일종의 ‘탄소 관세’를 물리는 제도다. EU는 내년 10월부터 2025년까지 ‘보고 의무 부과기간’(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 CBAM을 본격 시행한다.
EU의 조처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우리 수출 산업은 철강이다. 우리나라의 EU 수출액이 큰 데다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의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CBAM 적용 대상 품목의 지난해 EU 수출액은 철강이 43억 달러로 가장 컸고 알루미늄(5억 달러), 비료(480만 달러), 시멘트(140만 달러)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EU의 5대 철강 수입국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철강 산업을 저탄소 생산 구조로 전환하는 데 2030년까지 총 2097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법을 활용하고 고로의 전기로 전환 등을 추진한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설계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269억 원을 투입해 기초기술을 지원하고 2026년부터는 실증 지원을 추진한다.
우리 알루미늄 산업도 CBAM의 영향권에 있다.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 투입하는 잉곳의 생산 공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잉곳을 말레이시아·호주 등지에서 전량 수입 중이다. EU가 전환 기간 내 플라스틱·유기화학품을 CBAM 적용 대상에 포함하하면 해당 업종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지난해 플라스틱과 유기화학품 수출액은 각각 50억 달러, 18억 달러에 달했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직접 배출 외에 외부로부터 구매한 열·전기 사용에 의한 배출을 의미하는 ‘간접 배출’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도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에 대한 ‘특정 조건’은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EU가 그간 역내 산업에 탄소 배출세를 내지 않게끔 조처한 ‘무상할당제’는 CBAM이 시행되는 2026년부터 2033년까지 8년간 가속적으로 축소돼 2034년에는 전면 폐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환 기간 동안 품목 확대 여부와 간접 배출 포함 조건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2033년까지 무상할당이 유지되는 동안 한국의 수출 실부담은 크지 않으나 EU ETS 무상할당 폐지 일정에 따라 우리의 인증서 구매 필요량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CBAM 대응을 위해 EU와의 양자 채널 협의뿐 아니라 유사 입장국과 공조를 추진하는 등의 다자적 접근도 병행한다. 중소·중견기업의 CBAM 대응 역량 강화, 제품의 탄소 배출량 측정·검·인증 기초 인프라 확충, 금융시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탄소 감축 환경 조성 등에도 범정부적으로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