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구조 조정을 위해 정원 1만 2400명 이상을 감축한다. 문재인 정부 내 급격히 비대해진 공공기관의 몸집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6일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열린 제 18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및 조직 인력 효율화 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7월 발표한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 구조 조정을 예고하면서 업무와 자산, 재무 개편 계획을 차례로 내놓고 있다. 인력 개편 계획은 공공기관 구조 조정안 중 마지막 대책이다.
이번 계획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 전체 정원 44만 9000명 중 1만 2442명(2.8%)을 감축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 1만 1081명 감축을 시작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정원을 줄인다.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정원을 새로 정하는데 전년보다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조정으로 연간 최대 7600억 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기재부는 “비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인력을 재배치하고 정원보다 현원이 더 적은 기관의 정원을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공공기관 중 감축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 1041명을 줄여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설립된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다. 앞서 정부는 도로공사의 비정규직 인력을 도로공사서비스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정원을 대거 늘렸으나 이후 법원 판결에 따라 도로공사가 인력을 직접 고용하면서 900여 명의 결원(정원-현원)이 발생했다.
공기업으로 범주를 좁히면 한국철도공사의 정원 감축 분이 722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전력공사(496명)와 한국마사회(373명)가 뒤를 잇는다. 정원 대비 감축률이 가장 높은 곳은 대한석탄공사(21.2%)다.
정부는 정원 조정으로 안전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안전 업무 담당 인력은 조정 대상에서 배제했다. 국립대병원과 연구기관 정원 조정도 최소화했다. 기재부는 “전체 감축분 중 일부를 재배치해 안전 분야 정원은 646명 늘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원 감축 압력에 신규 채용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도록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초과 인력이 발생하더라도 최대 3년간 조정 기한을 두기로 한 것이다. 정원에 따라 인건비를 지급하는 게 원칙이지만 해당 기간에는 정원을 넘어선 인력에 대해서도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명목상 내년 정원을 크게 줄이더라도 공공기관이 인력을 점진적으로 조절할 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규모를 올해보다 2000명 늘려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인턴 기간 내 큰 문제가 없다면 재연장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정 안이 이미 비대해진 공공기관의 몸집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기관 인력은 33만 4000명에서 44만 9000명으로 11만 5000명이나 늘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감축분은 그간 늘어난 인력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 사이 늘어난 인건비도 7조 원을 넘어 정부가 감축 추정치로 잡은 7000억여 원을 크게 웃돈다.
공공기관은 이날 확정된 계획에 따라 내년 초까지 2023년 예산안 및 직제규정 개정안을 이사회에 의결해야 한다. 다만 주요 공공기관 노조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터라 이번 개정안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