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최영기 칼럼]투 트랙으로 가는 노동개혁

한림대 객원교수

대통령 중심 노사 법치주의 기본 축에

근로시간 유연화 등 구조개혁도 박차

이해관계자 사이 갈등조율 과정 필수

개혁 대의·국민 신뢰 잃지 않아야 성공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




지난해 11월 민주노총의 ‘총파업 총력 투쟁’을 계기로 정부가 노동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과거 모든 정권이 법과 원칙을 강조해 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법치주의 노사 관계를 노동 개혁의 기본 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노동 개혁에 나설 것이고 그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기피해왔던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 위원장이 조합비 횡령 사건으로 구속된 데다가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가 건설 현장을 돌며 조합원 채용 강요와 공사 방해 등 안하무인의 불법을 저지르자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노동 개혁 차원에서 다루고 이를 개선할 제도 개혁까지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미국과 영국에서 노조의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지자 이를 계기로 노동조합 재정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던 사례가 참고가 되고 있다.

관련기사



대통령 주도의 법치주의 개혁이 하나의 축이라면 고용노동부가 검토해왔던 임금과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비롯한 노동시장 개혁이 또 하나의 축이다. 2023년 신년사에서 대통령은 연공서열 구조에 집착하는 대기업 노동조합을 노동 약자의 희생을 밟고 선 기득권 세력이라며 변화를 촉구했지만 노동시장 개혁 구상은 아직 완성형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초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한 개혁안을 포함해 노동시장 구조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노사 모두 열린 자세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최대공약수 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의 목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불합리한 격차를 줄여 청년과 여성·고령자에게 보다 많은 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첨단 기술의 확산과 세계 공급망 재편, 디지털 경제의 중추인 MZ세대 특유의 가치관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1987년 이후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구축한 노동규범과 단체교섭제도, 사회 안전망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 하청 근로자의 임금이 직무 특성과 경력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되도록 임금 직무 인프라를 정비하고 이들의 직무 역량을 체계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한 직업 능력 개발 인프라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노동 개혁 구상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고 하더라도 목표가 현실이 되려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리(cooking)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개혁은 기득권의 재편을 동반하기 때문에 폭넓은 공감대 형성과 함께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고 이익 균형을 맞추는 과정은 많은 인내와 고난도의 정치적 역량을 요구한다. 개혁의 성패도 결국은 여기서 결판이 나기 때문에 국내외 사례로 볼 때 이 과정에서 발휘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결정적 변수가 된다. 새해 들어 본격화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차원의 사회적 대화와 타협, 그리고 국회 입법 단계에서의 여야 절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각개약진의 기득권 지키기 경쟁에서 벗어나 양보와 타협, 상생과 연대의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정부가 어렵게 끌어모은 개혁의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으려면 끝까지 개혁의 대의와 국민적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개혁의 시작점에서 느끼는 하나의 불안 요인은 화물연대에 대한 정부 여당의 거친 태도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신년 인사회에서 대통령에게 손편지로 호소했던 대로 정부의 안전운임제 연장 약속은 지키는 것이 노동 개혁을 위한 법치주의 정착과 신뢰 축적에 도움이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