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이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기영(32)이 강가에 매장했다고 진술한 여성의 시신 찾기에 주력하고 있으나 수색작업 14일째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9일 오전부터 기동대와 중장비, 수중 카메라를 탑재한 보트 등을 이용해 이기영이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파주 공릉천 일대를 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7일 50대 동거녀 A씨를 살해했다는 이기영의 진술 이후 유기 장소로 지목된 공릉천 일대를 중장비까지 동원해 수색했지만 현재까지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은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와 통신 위치 조사를 기반으로 이기영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색에 성과가 없자 시신이 이미 유실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기영이 시신을 묻었다고 진술한 시점은 지난해 8월 초로 같은 달 중순부터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공릉천 일대에도 200mm 가 넘는 폭우가 내려 평소 1m 정도였던 하천 수위가 4∼5m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기영이 애초에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기영은 공릉천 일대를 잘 안다며 매장 지점 주변의 지형지물도 정확하게 진술했다. 이기영이 지목한 지점은 재난 감시용 폐쇄회로(CC)TV가 있는 곳으로 낚시객으로 북적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당 지역을 잘 안다는 이기영이 사람이 많고 CCTV가 있는 곳에 시신을 매장했을 지 의문이 든다.
전문가들도 사건 초기부터 이기영이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으로 시신 유기 장소를 거짓 진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근 CCTV를 집중 조사해 이기영의 진술 진위 여부를 밝힐 수도 있지만, 저장 시한인 1달이 지난 상태여서 경찰은 포렌식 복원으로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정황상 거짓 진술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기영의 진술에도 다른 조사 증거와 부합하는 부분이 있어 수색을 진행 중”이라며 “기동대와 수중수색, 드론 등을 동원해 한강하구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동시에 검찰은 이기영의 강도살인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강도살인은 금품을 노린 고의성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할 것"이라며 "(동거녀) 시신 수색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7∼8일 파주시 한 아파트에서 집주인이자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공릉천변에 유기하고, 지난해 12월 20일 음주운전 중 접촉사고가 난 60대 택시기사를 합의금 지급 명목으로 집으로 데려온 뒤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