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李, DJ·盧 거론하며 10분간 정면 반박…與 "뻔뻔하게 피해자 코스프레"

■결백 주장한 李…'사법 리스크' 유감 표명은 없어

민주당 출신 前대통령 동일선상서

'역사' 5번 반복 지지층 결집 시도

'정치 검찰·답정기소' 표현 써가며

"영장 남발…당당히 맞서 이기겠다"

당 지도부·지지자 600여명 집결

與, 동행 의원들에 "저질" 날 세워

10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포토라인에 선 뒤 입장문을 낭독하기 전 한 시민에게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성남=권욱 기자10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포토라인에 선 뒤 입장문을 낭독하기 전 한 시민에게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성남=권욱 기자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음모죄라고 하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논두렁 시계 등의 모략으로 고통을 당했습니다. 이 분들이 당한 일은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하며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2300자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역사’라는 단어를 5번 사용했다. 이 대표 본인을 향한 검찰 수사를 민주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의 사례와 동일 선상에 놓으며 결백 호소와 함께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경기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 대표는 포토라인 앞에서 사전에 준비한 A4 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10분 남짓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본인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보수 유튜버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로 인해 촉발된 국민들의 혼선 등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었다.

이 대표는 검찰을 ‘정치검찰’로 규정했다. 검찰이 기소를 목표로 수사를 맞춰가고 있다며 ‘답정기소(기소로 답은 정해져 있다)’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검찰 공화국의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적 제거를 위한 표적 수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성남FC 운영비가 부족하면 성남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 지원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이 성남시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 상상이 되느냐”며 “아무런 개인적 이익도 없는데 왜 그런 불법을 감행했다고 생각하느냐”고 억울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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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한 축인 ‘미르재단’을 언급하며 “성남시 소유이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성남FC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 성남시·성남시민들에게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오직 이재명 제거에만 혈안이 돼 프로축구가 고사를 해도, 지방자치가 망가져도, 적극 행정이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그들의 태도에 분노한다”며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 측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대규모 맞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 측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대규모 맞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는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성환 정책위의장과 조정식 사무총장,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민주당 의원 30여 명도 함께했다. 참석한 의원들 중에는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들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거듭 입 모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검찰 청사에 들어간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무도한 칼날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정치 개악 보복 수사라고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동행 배경을 알렸다. 정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도 반드시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입장 발표에 “뻔뻔하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출석에 동행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저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대추나무 연 걸리듯 한 그의 권력형 비리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대표가) 자신의 검찰 수사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고초에 비유하며 미사 어구로 포장하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행위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애쓰신 분들의 이름을 지금의 상황에 올리는 것은 분명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정치인답지 않았다. 이 대표 주변에서 병풍을 쳤던 민주당 의원들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며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이처럼 개인 비리로 정치 전체를 파탄으로 몰고 간 정치인은 없었다. 부끄러움이 없는 이 대표와 민주당을 보며 같은 시대 정치를 하는 제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상훈 기자·박진용 기자·박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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