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도 상승하면서 한 달 새 58조 원 넘는 뭉칫돈이 정기 예·적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12월 통계를 집계한 이후 21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한국은행이 13일 공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광의통화량(M2) 평균 잔액은 3785조 3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0.7%(27조 3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M2 통화량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늘었다가 9월 증가율이 0%로 떨어졌지만 10월(0.4%) 증가세로 돌아선 후 다시 증가 폭을 확대했다.
시중 통화량을 보여주는 지표인 M2는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이상 M1) 외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상품별로는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한 달 새 58조 4000억 원이나 불었다. 2001년 12월 관련 통계가 시작된 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직전 최대였던 지난해 10월(45조 9000억 원) 증가 폭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영향으로 정기 예·적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19조 1000억 원 줄었고 요구불예금에서도 13조 8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두 상품 모두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비영리단체가 보유한 통화량이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14조 1000억 원 증가했다. 기업도 3조 8000억 원 늘어났다.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만 포함하는 좁은 의미의 통화량 M1은 지난해 11월 평균 1260조 3000억 원으로 한 달 새 2.7%(34조 4000억 원) 줄었다. 현금 통화와 결제성 예금이 모두 줄어든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