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사고 발생 시점보다 105분 앞선 밤 8시 30분부터 참사 위험을 알리는 무전 내용을 듣고 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전 서장이 줄곧 참사 인지 시점을 사고 당일 밤 11시라고 주장해온 만큼 거짓 해명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법무부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전 서장 등 경찰 관계자 5명의 공소장을 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8시 30분부터 용산경찰서장 관용차에서 대기하면서 112 자서망 등 무전 내용을 청취했다. 112 자서망은 112치안종합상황실과 현장에 출동하는 지역경찰 등이 교신하는 무전망이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112 자서망 무전 내용을 통해 이태원 일대 인파 사고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은 참사 당일 119 신고가 최초 접수된 밤 10시 15분 전인 밤 9시 11분 “인파가 이태원파출소 건너편 쪽에서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사고 위험을 알리는 무전을 보냈다. 1분 뒤인 밤 9시 12분에는 교통 근무자를 지원해달라는 요청도 공유됐다.
이 전 서장은 밤 9시 57분에서야 무전기를 들고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 3분 20초간 통화를 했지만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검찰은 결론 냈다. 이 전 서장은 밤 11시 36분에서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사고 발생을 첫 보고했다. 서울청이 경찰청에 ‘치안 상황 보고’를 보낸 시간은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30일 0시 2분이고, 윤희근 경찰청장이 사고를 처음 보고 받은 것은 같은 날 0시 14분이었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서울청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전 서장과 직속 상관인 김 청장은 용산서의 경비기동대 요청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인 바 있다. 검찰은 송 전 실장이 ‘인파 운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 예방이 아닌 ‘무단횡단 등 교통 무질서 단속’에만 초점을 맞춰 서울청으로부터 교통기동대 1개 제대 지원만을 요청했다고 봤다. 검찰은 또 용산서가 참사 당일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인파 관리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서장이 용산서 직원들과 공모해 상황 보고서를 조작한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정황도 드러났다. 이 전 서장은 밤 11시 36분 이태원파출소 옥상에서 정현우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을 불러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간을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용산서 상황 보고에는 이 전 서장의 도착 시간이 밤 10시 20분으로 기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