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인증샷 행렬이 있었습니다. 바로 관리비(난방비) 고지서. 지난해 4번 올린 가스요금이 고지서에 본격적으로 적용되자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한 겁니다. 그런데 난방비 상승으로 모두가 속을 썩고 있는 건 아닙니다. 가스 관련주들은 맹추위가 계속되자 연일 주가가 급등하고 있거든요. 좋은 거 아니냐고요? 글쎄요. 하나만 살짝 말하자면, 유진투자증권의 황성현 연구원은 삼천리의 주가가 37만원을 찍던 날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의 3분의 1 수준인 11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높이기는커녕 낮추다니, 뭔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오늘 <코주부>에서는 조금 무서울 정도로 오르고 있는 가스 관련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엄청 춥긴 한데…왜 이렇게까지 올랐지?
이른바 도시가스 3인방이라고 부르는 관련주들은 이미 지난해 3~5배가량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경인지역 도시가스 공급 사업자인 삼천리의 주가는 1년 전 9만 원 대에서 지난달 26일 기준 46만8000원으로 400% 가까이 올랐고, 서울가스도 같은 기간 18만 원대에서 47만 원대로 161%나 뛰었습니다. 대구 일대의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대성에너지의 최대주주인 대성홀딩스는 1년 새 144%나 급등했습니다. 이밖에 지에스이, 경동도시가스, 인천도시가스, 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가스주들도 동반 오름세를 탔습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오른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①북극한파: 일단 너무 춥습니다. 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지는 등 올 겨울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도시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②원료 수입가격 상승→난방비 상승: 가스주 랠리를 이끈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이 심해지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LNG 수입 가격은 2021년 12월 톤당 893달러에서 작년 12월 1255달러로 40.5%나 뛰었습니다.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LNG 수입가격이 폭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스요금도 올랐습니다.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5.47원 올랐습니다. 1년 새 인상률이 42.3%에 달하자 관련주에 대한 매수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③추가 인상 기대감: 게다가 올해 도시가스 요금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가스주 투심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고려해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했지만 2분기 다시 난방비를 올릴 예정입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동결된 도시가스 요금은 2분기에 인상될 것”이라며 “요금 인상으로 미수금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천연가스 가격과는 상관없다고?!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도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①도시가스 값이 올라가면 가스 관련 업체들의 영업이익도 상승한다는 논리는 겨울철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고 ②올 2분기 요금 인상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요금 인상을 하더라도 지금의 여론 분위기로 봤을 때 의미 있는 인상 폭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③특히 가스 관련주 급등의 결정적 이유인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국내 도시가스 관련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국내 도시가스 업체들은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한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각 지역의 소비자에게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천연가스 가격에 맞춰 결정되고요. 즉 세계 가스 가격 상승이 가스전을 보유하지 않은 가스 유통업체인 국내 도시가스 업체들의 자산 가치 증가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겁니다.
특히 국내 도시가스 업체들은 지역별로 독점 사업권이 보장되기 때문에(이는 곧 더 늘릴 수도 없다는 말)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으로 원체 낮습니다. 심지어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는 웃픈 소식...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MMBtu(열량 단위)당 6.97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유럽의 이상 기온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급락해 지난달 26일 2.85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조심하세요, 1년 전 주가로 돌아갈수도
이에 전문가들은 도시가스 업체의 주가가 1년 전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초체력이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뛰어오른 주가는 언젠가 거품이 꺼지기 마련이니까요.
△서울가스: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가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8% 늘어난 356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매출액은 같은 기간 2.1% 증가한 1조5000억 원에 그치는 등 주가 급등을 설명할 수준은 아니죠.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서울가스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동절기에는 흑자, 하절기에는 적자를 기록하는 특징이 있다”며 “지금 주가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함께 실적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천연가스 가격 변동과 도시가스 영업이익은 무관하다는 사실.
△삼천리: 유진투자증권은 삼천리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의 4분의 1 수준인 11만 원으로 제시했습니다. 결국 1년 전 수준으로 주가가 돌아갈 것으로 보는 건데요. 올해 실적 전망도 그닥 입니다. 매출은 4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003억 원으로 3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수소 사업 기대감 등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기업 가치에 변화가 없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급격하게 바뀔 수 없기 때문에 실적과 주가 모두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금융투자 업계는 도시가스주 상승세가 투기성 자금 때문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천리와 대성홀딩스는 주가 급등에 따라 오는 5월 코스피200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매도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초체력이 약하고 주가 하락이 확실시되는 기업은 공매도가 몰리면 추가적 급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공매도 관련 레터는 코주부 아카이브에서!) 난방비 이슈가 한동안 핫할 전망이라 도시가스 관련주들의 널뛰기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단기 호재보단 실적과 사업구조 등 기업 분석과 산업 전망을 잘 참고하시고 투자해야 한다는 점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