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가처분 인용여부가 1차 분수령…주총 표대결 가면 '시계제로'

[SM 경영권 전쟁 격화]

■ K엔터 왕좌 가를 변수는

하이브 공개매수 성사도 미지수

주가 12만원 넘으면 여력 부족

내달 주총서 이사 4명 임기 만료

하이브, 3명 연임 막는다면 승기

60% 달하는 소액주주 표심 관건






하이브(352820)가 이수만 전 에스엠(041510) 총괄프로듀서의 에스엠 지분을 전격 인수하고 이후 공개 매수로 최대주주에 오르는 계획을 세우면서 ‘카카오(035720)·에스엠 경영진·얼라인’ 대 ‘하이브·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진검 승부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에스엠의 창업주인 이 전 총괄은 법적 대응에 이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을 우군으로 확보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가처분 인용 여부와 하이브의 공개 매수 성사 여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에스엠 주주총회 표 대결 등 변수가 산적해 있어 경영권 분쟁은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법원, 카카오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누구 손 들어줄까


카카오는 에스엠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에 오르는 계획을 밝혔고 이 전 총괄과 맞서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에스엠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 주 규모의 신주와 114만 주의 전환사채 인수로 지분 9.05%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이달 7일 공시로 밝혔다.

이 전 총괄이 이와 관련해 8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곧장 제3자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달아올랐다. 뒤이어 10일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에스엠 주식 351만 3420주(지분율 14.8%)를 4228억 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가격은 12만 원이다. 이 전 총괄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분 18.46%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 약 15%를 인수하고 소액주주 대상 공개 매수로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총 4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가처분 인용 여부는 지분 쟁탈전의 첫 번째 분수령이다. 하이브는 가처분 결과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이 전 총괄의 에스엠 지분 인수 시기를 소송 결과가 나온 뒤인 다음 달 6일로 잡았다. 그간 법원 판례는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서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 상태가 공식적으로 경영권 분쟁 상태인지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이 전 총괄 측의 주장과 달리 카카오와 손잡은 에스엠 이사회는 “최대주주가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어떠한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하이브 공개 매수 성공할까


이번 분쟁의 또 다른 관건은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공개 매수 성공 여부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사는 금액과 같은 주당 12만 원을 제시했는데 앞서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에서도 유니슨 컨소시엄은 저가 논란 속에서 공개 매수에 성공했다. 하이브 측은 ‘오스템 효과’가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에 맞서 얼라인은 주당 12만 원이 너무 낮고 매수 지분율도 100%까지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 총괄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에스엠 간 문제 소지가 많은 계약 내용도 폭로했다. 라이크기획이 지난해 말 에스엠과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해도 10년간 500억 원 이상을 이 전 총괄 측이 챙길 수 있게 한 것. 얼라인은 이 전 총괄이 여전히 에스엠의 이익을 빼돌리고 있으며 경쟁사인 하이브가 일부 지분만 갖는다면 에스엠보다 하이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개 매수 가격이 주당 12만 원을 넘어설 경우 하이브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지난해 3분기 말 하이브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9030억 원으로 이 전 총괄의 지분 인수에 절반가량인 4228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여기에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에스엠 계열사인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 지분 전량도 인수하기로 해 계열사에서 3200억 원을 빌렸다. 현재 하이브의 단기 차입금은 44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카카오가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에 나서 맞불을 놓으면 하이브의 계획은 수포가 될 수 있다.

다음 달 정기주총에서 이사 선임 표 대결 향방은


경영권 분쟁을 종결 짓는 마지막 관문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 4명의 임기가 끝나는데 4명 중 3명은 이 전 총괄에 반기를 들었다. 이 전 총괄이 이번 주총에서 이들의 연임을 막고 새 이사회를 꾸리는 데 성공한다면 완전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사 4인 중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최고운영책임자는 올 1월을 기점으로 이 전 총괄의 완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임기 종료를 앞둔 지창훈 사외이사는 지난 이사회에서 카카오 유상증자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인물로 이 전 총괄의 고교 동문이다.

경영권 분쟁 전인 2017년과 2020년에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의 3년 연임을 주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하이브·이수만 대 카카오·에스엠으로 전선이 짜이면서 주주들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얼라인과 에스엠 이사 측은 지분이 2% 미만이라 기관과 개인 주주를 설득해야 한다. 얼라인은 직접 보유한 지분이 약 1%이고 이성수·탁영준 등 기존 경영진의 지분 역시 1%가 채 되지 않는다. 다만 얼라인은 지난해 주총에서 기관 및 소액 주주를 설득해 이 전 총괄 측이 추천한 이사의 연임을 막고 자사가 추천한 감사를 선임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에스엠의 소액주주는 60%에 달하고 이들 다수가 이미 한 차례 얼라인 측에 동조한 바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전 총괄의 지분이 18.46%에 달하고 컴투스(4.2%)도 우군으로 확보하고 있어 이사 선임을 둘러싼 주총 표 대결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김선영 기자·이충희 기자·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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