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남서부 일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일 오전 기준 2만1000명을 넘어섰다. 악천후와 도로 파손 등으로 구조 인력·장비 도달이 지연되면서 현지 주민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진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와 200여㎞ 떨어진 하타이주 안디옥에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다가 가족들과 함께 인근지역으로 피신한 박희정씨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비규환이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 지진 피해가 극심한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구호활동을 돕고 있다는 박씨는 “일단 생명 신호가 잡히는 곳부터 구조팀이 가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무너진 건물들을 다 수색하기에는 너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일가친척이 있는 건물을 떠나지 못하는 분이 많다”며 “자포자기한 분도 많이 있고, 여러 명의 생존자가 구조됐다는 소식에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그 건물 앞을 지키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고 했다.
박씨는 “(현지 주민들이) 여기 왜 빨리 구조차와 구호팀이 안 오냐고 실랑이를 벌여 경찰이 실탄을 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의 마음이 굉장히 격해져 있다. 실랑이가 벌어지다보니 그 사람들도 흉기를 꺼내들었고 이를 제지하려 어쩔 수 없이 실탄을 2발 쏜 것 같다”며 “저희도 사실 그 옆에 있다가 혼비백산이 돼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또 박씨는 ‘민심이 얼마나 흉흉하느냐’고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무법천지”라고 답했다. 그는 “일가친척이 잔해에 깔려있는 것을 아는데도 구조자가 오지 않는다면 그 심정은 흉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저희가 장을 보는 시장은 거의 무법천지다. 낮에도 청년 4~5명이 빈집을 털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난리통이 됐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튀르키예에서 1만7674명, 시리아에서 3377명 등 총 2만1051명이 이번 지진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양국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부상자는 7만8000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서만 최대 20만 명의 시민들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을 넘긴 터라 희생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