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가 지방에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지만, 만삭의 몸으로 참석이 어려워 축의금만 보내려던 임신부가 친구로부터 '손절' 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식 불참했다가 손절 당했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글은 15일 오전 기준 조회수 약 30만회, 추천 1600개 이상을 받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글쓴이 A씨는 "제가 (친구들보다) 먼저 결혼했는데 결혼식은 안 올렸다. 솔직히 여윳돈이 많지 않았고,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했다"고 적었다.
당시 그는 친구들에게 "돈 없어서 결혼식 못 올리니까 축의금도 필요 없다. 그냥 진심으로 축하만 해줘. 일단 결혼은 하는 거라서 알린다"고 연락을 돌렸다.
그 중 알고 지낸 지 10년 된 친구 B씨는 A씨에게 "그래도 피로연이라도 열고 저렴한 뷔페라도 잡아야 내가 축의 하지 않겠냐. 밥도 못 얻어먹는데 축의 하긴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축의 안 해도 된다는 거 진심이다. 혹시 불편할까 봐 내가 먼저 말 꺼낸 거다. 빈말 아니라 진짜 축의 필요 없고 계좌번호도 안 알려줄 거니까 축의 하고 싶어도 아무도 못 한다. 그냥 축하만 해줘라"라고 답했다.
이후 A씨는 신혼 당시 힘든 시기를 지나 경제사정이 나아졌고, 돈에 크게 아쉽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수준이 됐다. 그 사이 결혼한 친구들이 많았고, A씨는 축의를 못 받았음에도 친구들에게 축의금을 10만원씩 전했다.
특히 A씨가 결혼 소식을 알렸을 당시, 축의금을 안 받겠다고 하는데도 A씨 가방이며 주머니에 축의금 넣고 도망간 친구들이 결혼할 때는 30만~50만원씩의 축의금을 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그 마음이 고맙고 식사 대접도 못 했는데 챙겨준 게 미안한 마음에 (크게 축의금을 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B씨의 결혼이었다. 부산으로 이사 간 B씨는 며칠 전 결혼 소식을 알리며 A씨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
결혼식장은 부산이었다. 현재 임신 9개월 차인 A씨는 참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금 당장 출산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서 부산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남편과 함께 가야 한다. 두 명 왕복 KTX 비용에 숙박비까지 하면 돈이 꽤 든다"며 "나도 (축의) 받은 것도 없고, 축의를 바란 게 아니라서 필요 없다고도 했는데 '밥도 안 사고 축의를 바라냐'는 식의 말이 서운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몸이 무거워서 혼자 가기도 힘들고 첫 임신이라 장거리 이동이 겁나고, 경제적으로도 조금 부담된다"면서 "정말 미안하지만 축의만 하고 나중에 아기 낳고 몸 좀 풀면 아이 맡기고 나 혼가 부산 가서 밥 사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B씨는 "임신했다고 결혼식 못 오겠다는 소리는 살다 살다 처음 듣는다. 십몇년의 세월이 아깝다"며 "다른 친구한테 축의금 50만원 했다는 거 들었다. 그럴 돈으로 KTX 비용하고 남편이랑 둘이 와서 축의금 10만원만 해도 차별이라는 생각 안 하고, 고맙다고 생각했을 거다"라며 분노했다.
A씨는 "내가 축의금 50만원 보낸 친구는 나한테 30만원을 줬다. 이번에 계좌번호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예전에 알려준 계좌번호로 축의금을 보냈다"며 "받은 액수 그대로 돌려주고 거기에 결혼식 참석하면서 먹은 식대 얹은 거라서 사실 그렇게 크게 마음 얹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미 B 친구는 나를 차단한 것 같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B씨가 나에 대해) '돈 아까워서 결혼식 참석 안 한다고 했다. 결혼식이 친구 거르기 좋다더니 역시다. 차라리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라고 하고 있다. 이래저래 생각이 어지럽다"며 착잡해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임신 9개월이면 절친일수록 오지 말라고 뜯어말릴 것 같은데. 알아서 떨어져 나가 준다니 잘됐다고 생각해라", "이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끊어질 인연이니 신경 쓰지 말고 건강 챙겨라", "돈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고 본색 드러낸 게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게요", "차라리 손절 당하는 게 낫다", "정말 이기적이고 인성이 못됐다", "9개월 임신부를 부산까지 오라고 하는 사람이 있냐" 등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