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펜타곤 우선 공급·핵심정보 요구…對中 투자는 ‘원천봉쇄’

[족쇄 된 美 보조금]세부지침 어떤 내용 담았나

국가안보 목표 달성 최우선 고려

美 국방부 반도체 공급망 우려 해소

대중 가드레일 조항 이달 중 공개

수출통제 기준보다 까다로워질듯

미국내서도 "지나치게 깐깐" 비판

지난해 8월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365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용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과 경영 정보 제출 등 까다로운 조건이 많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PA연합뉴스지난해 8월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365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용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과 경영 정보 제출 등 까다로운 조건이 많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국가안보 목표 달성입니다.(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총 53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보조금을 발판 삼아 미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행보를 시작했다. 단순히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미국의 국가안보 공급망에 기여하고, 공장 건설 시 미국산 건축 자재를 쓰며, 지역민을 위한 보육 지원을 하라는 식이다. 아울러 촘촘한 ‘대중 가드레일’을 통해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과 중국과의 관계도 사실상 단절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지나치게 깐깐한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 행정부와 의회의 후속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美 국가안보에 기여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심사 과정에서 ‘국가안보 분야 기여’를 최우선시하기로 한 것은 이 법안이 만들어질 때부터 예상됐던 부분이다. 미 의회에 따르면 미군이 쓰는 첨단 반도체 중 90% 이상이 대만 TSMC에서 생산되며 이 때문에 백악관 내부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 국방 분야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존해왔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심사 기준을 발표하면서 ‘국방부를 비롯해 국가안보기관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장기 공급하는 사업’을 모범 사례로 제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러몬도 장관은 앞서 “이것(반도체지원법)은 근본적으로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 첨단 반도체에 미국 국방·안보 당국의 접근이 허용되도록 한 반도체지원법의 세부 조항을 두고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미 국방부의 오랜 우려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中에 대한 반도체 투자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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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자는 이날 반도체지원법 온라인 설명회에서 “미국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중국 투자에 대한 제한 기준을 담은 ‘중국 가드레일’을 3월 내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신규 투자가 10년간 제한되며 중국 등 우려 국가와 공동 연구 또는 기술 라이선스를 하는 경우에도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 기업들과 중국의 공동 연구는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도 “지금까지의 공개된 심사 기준을 보면 중국 가드레일 역시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과정에서 제시한 메모리반도체 상한선(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8나노 이하 D램)을 대중 가드레일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당국자 역시 “중국 가드레일 조항은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과 조화를 이루고 보완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십 조 규모 중국 공장을 떠안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 사업을 점진적으로 접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조금이 되레 올가미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1억 500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과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하는 ‘초과이익 공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업이 보조금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KOTRA 워싱턴무역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정부에 실적 전망, 재정 계획 등 기업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수익 산출 근거를 제출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밀 영업 정보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울러 반도체 공장 직원을 위한 보육 지원 계획 제출을 의무화했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건설 과정에서의 미국산 건축 자재 사용도 권고했다. 이 같은 전방위 ‘미국 이익 위주’ 기준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WSJ는 “반도체지원법이 산업 사회 정책이 됐다”면서 “반도체 제조를 살리겠다면서 다시 규제를 쌓고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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