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디지코 이어갈 'KT맨' 윤경림 차기대표 내정…국민연금서 또 반대 가능성

■KT, 차기 대표에 윤경림 내정

통신 3사 두루 거치며 경험 풍부

'구현모 오른팔' 경영일관성 유지

통신 경쟁력 향상·인사 당면과제

주총 표대결 이겨도 이사회 큰 산

정치권 새대표 흔들기 계속될 듯

윤경림 "정부 우려 공감, 혁신할 것"


윤경림 KT(030200)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 후보로 선택됐지만 산적한 과제가 앞을 막아선다. 최종적으로 대표직에 오르기 위한 관문인 주주총회 ‘표 대결’을 넘어야 한다. 표 대결에 승리하더라도 이사회에 정치권 낙하산 인물들이 대거 진출해 새 대표에 대한 ‘흔들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 영역에서는 신년 경영계획 구축도 시급하다. 구현모 현 대표 시절 성과를 거둔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통신 본업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정치권은 KT 지배구조뿐 아니라 통신업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압박에도 나서고 있어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KT의 향후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윤 사장은 대표 내정 소감을 통해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한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KT 신임 대표 최종 후보로 선정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사진제공=KTKT 신임 대표 최종 후보로 선정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사진제공=KT






KT 이사회는 7일 윤 사장을 신임 대표 단독 후보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사장이 디지털 전환(DX) 전문성을 바탕으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KT그룹의 디지털 전환 사업 가속화 및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거쳐 2006년 KT에 합류했다. 통신 3사를 모두 경험했으나 ‘정통 KT맨’은 아닌 셈이다. 이후 CJ그룹에 합류했다 2014년 황창규 전 KT 회장의 부름을 받아 KT에 재합류했고,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부사장을 지내다 2021년 구 대표가 이끄는 KT로 복귀했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구현모의 오른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인사·경영계획 수립 시급=윤 사장은 이사회 면접에서 AI·DX를 강조하며 구 대표의 경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대표 취임 전인 2019년 1조1595억 원이던 KT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7274억 원으로 뛰었다. 매출 또한 상장 후 처음으로 25조 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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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코로 확장 이면의 통신업 경쟁력 약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도 놓여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전체 이동통신 회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1% 늘어났지만 KT는 0.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알뜰폰(MVNO)은 물론 경쟁사 SK텔레콤·LG유플러스에 크게 뒤쳐지는 수치다.

대표 선출 연기로 미뤄진 KT그룹의 인사도 시급하다. 통상 KT는 12월 중 임원인사·조직개편을 단행하지만 차기 대표 선출 과정이 표류하면서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KT 내부에서는 “2023년이 아닌 2022년 15월을 살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신임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업 기조가 달라지고 임원도 물갈이 될 수 있어 신년 경영계획조차 못 짜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태클’에 험로 예상=윤 사장이 최종적으로 KT 대표가 되기까지는 정치권 외압이라는 난관도 남아 있다. KT 출신 인물 4인으로 이뤄진 ‘쇼트리스트’가 발표된 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KT 차기대표 인선은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KT의 ‘모럴해저드’를 언급하고 나섰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윤심(尹心)’을 받은 인물이 쇼트리스트에서 탈락한 데 따른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와 여권에서 KT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인 국민연금이 신임 대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KT 지분구조는 국민연금 10.35%,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 기타 18.58%, 우리사주조합 0.34%, 소액주주 57.36%다. 외국인 지분율은 40%선이다.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은 KT 경영진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지만 국민연금의 입김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구 대표 시절 이뤄진 주가 상승과 배당 증가로 소액주주와 외국인이 신임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정치권 외압을 최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보고 ‘집단행동’도 예고하고 있다.

주총을 넘어서면 이사회라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 선임 과정에서 8인의 사외이사 중 2명이 사퇴했고, 강 의장을 포함한 3명의 이사가 이번 주총을 끝으로 임기를 마쳐 이사회도 여권 성향 인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주총을 통해 최종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시작부터 리더십이 흔들릴 것”이라며 “새 대표가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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