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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타 스캔들' 정경호 "예민한 캐릭터에 인간미 더하고 싶었죠"

'일타 스캔들' 정경호 / 사진=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일타 스캔들' 정경호 / 사진=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정경호가 만드는 캐릭터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예민하고 날카로운데, 그 속에는 따뜻한 인간미와 허당기가 있다. '일타 스캔들' 속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그는 예민하면서 따뜻한 최치열을 연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정경호는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이제는 변화를 꾀하고 싶다고 바랐다.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연출 유제원)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다. 정경호가 연기한 최치열은 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타 수학 강사다. 높이 있는 만큼 위태로운 것이 자리다. 수십 건의 송사와 수백 개의 루머, 수만 개의 댓글 안에서 최치열은 섭식 장애를 달고 산다. 그런 그가 남행선(전도연)의 음식에 매료되고, 점점 그와 가까워지면서 로맨스가 시작된다.

정경호가 '일타 스캔들'을 선택하게 된 건 제작진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양 작가의 작품을 거의 다 본 그는 대본에 대한 신뢰는 이미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 감독과는 사석에서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제작진에 대선배인 전도연과의 호흡까지, 정경호는 눈앞에 놓인 기회를 잡기로 결정했다.

출연을 결정하고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일타 강사가 등장하긴 했지만, 일타 강사의 삶을 조명한 일은 드물었다. 심지어 입시를 치르는 학생이 아니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도 아니었다. 정경호는 일타 강사의 삶과 배경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일타 강사, 그들만의 세계가 있더라고요. 연예인처럼 가십에 오르고, 맘카페에서도 자주 언급됐죠. 그전까지는 이런 것들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의사나 학교 선생님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일타 강사는 아니잖아요. 수학도 아예 몰랐기 때문에 0부터 시작한 셈이에요. 공식을 외우거나 이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대사로 외울 수밖에 없었죠."

"안가람 선생님 한 분이 자문해 주셨어요. 그분 영상을 보면서도 많이 공부했죠. '내가 하면 어떨까?', '나다운 게 뭘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선생님 말투가 재밌는데, 그 부분도 많이 참고했습니다."(웃음)




기술적으로 중요한 건 판서였다. 자연스럽게 수학공식을 쓰되, 강사인 만큼 학생을 바라보는 자세를 취해야 됐다. 정경호는 일타 선생님에게 판서를 배우고, 칠판을 사서 두 달 정도 꾸준히 판서를 연습했다. 일타 선생님이 쓴 판서에 덧칠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고.



"극 중 치열만의 독특한 글씨체가 몇 개 있어야 됐어요. 그래야 수아(강나언)가 해이(노윤서) 노트에서 치열의 필기를 알아보니까요. 리미트, 2, 8을 독특하게 만들려고 했어요. 치열의 트레이드마크인 발차기도 원래 대본에 나와 있었죠."

최치열은 섭식 장애를 앓고 있는 설정이다. 압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이루기 힘들다. 그런 그가 행선의 반찬을 먹고 먹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는 설정이다. 이는 최치열이 고시 공부를 할 때 행선 어머니의 음식을 먹었다는 배경에서 출발한다.

"치열이 맨 처음에 행선의 반찬을 먹고 울컥한 게 작품에서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감독님이 '그 장면에서 7가지 감정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반가움, 설렘, 놀라움, 그리움 등을 전부 표현해야 돼서 신경을 많이 썼던 장면이에요. 조리팀이 워낙 음식을 잘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정경호의 바싹 마른 몸도 최치열의 섭식 장애를 표현하는 데 한몫했다. 8년째 마른 몸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경호는 전작에서 에이즈 환자 역을 하면서 더 마른 몸이 돼 특별히 감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타 스캔들'이 끝난 후에는 쉬면서 살을 찌우고 있는 중이다.

"치열이 아픔도 있고, 섭식 장애에 잠도 못 자잖아요. 저는 이런 최치열에게 인간적인 모습을 더하고 싶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하찮은 모습을 두면 좀 사람다워 보일 거라고 생각했죠. 최치열이 넘어질 때 하찮은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치열을 하기 전까지고 수년간 예민하고 날카롭고 까칠하고 샤프한 역할을 했어요. 계속 비슷한 역할을 해오는 것에 대해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었죠. 그래도 제가 예전에 표현했던 날카로움과, 41살이 지금 표현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을 긍정적으로 발휘한 겁니다."

정경호는 이제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다기보다는 오랫동안 작품을 하면서 표현하는 과정이 익숙해지는 걸 경계한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찰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저도 조금은 차 있어야 수월할 것 같아요. 비슷한 캐릭터를 하게 되더라도요. 제가 41살인데,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나이예요. 중간인 셈인데, 지금이 저를 다지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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