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발생한 울산 염포부두 석유제품운반선 폭발사고 후 자국으로 달아났던 러시아 국적 일등 항해사가 한국 법정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단독(이성 부장판사)은 업무상과실 선박파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2019년 9월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스톨트 크로앤랜드호’에서 화학물질 2만 7000톤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던 중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과 함께 200m 높이 불기둥이 치솟으면서 선원 등 11명이 다쳤고, 인근 울산대교에도 그을음이 생기는 등 피해가 생겼다. 화재로 인한 피해액이 2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당시 스톨트 크로앤랜드호에 실려있던 스타이렌 모노머(SM·Styrene Monomer) 저장 탱크 내부 온도가 급상승해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이다. A씨는 일등 항해사로서 적재물 보관·운송 안전 사항을 점검하고, 다른 항해사들이 업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도 닷새가량 화물 탱크 온도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후 같은 러시아 국적 선장 등은 한국에서 재판받았으나, A씨는 해양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러시아로 도피했다. 이후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발부받은 경찰 설득으로 자수했고, 지난해 8월 국내에 송환되면서 법정에 섰다.
한국에서 이미 기소된 선장 B씨는 지난해 3월 1심에서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또 다른 일등 항해사 C씨는 금고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당직 항해사 D씨는 벌금 10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대부분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울산대교 운영업체와도 원만히 합의해 공소사실에 적시되지 않은 손해까지 변제한 점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