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K반도체간 공급망 재편…소재·장비 국산화 가속

넥스틴 반도체 검사장비 '이지스'

동진쎄미켐이 구매해 개발에 활용

비싼 외산 대신 거래처 다변화 윈윈

삼성·SK 주도로 공동 연구도 활발

넥스틴의 검사 장비 ‘이지스’. 사진제공=넥스틴넥스틴의 검사 장비 ‘이지스’. 사진제공=넥스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소재·장비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주도하는 공급망 다변화는 물론 국내 장비·소재 업체 간 공동 연구개발(R&D)과 거래도 활발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 넥스틴(348210)은 토종 소재 회사 동진쎄미켐(005290)에 35억 5500만 원 상당의 반도체 검사 장비 ‘이지스(AEGIS)’를 공급한다. 이지스는 반도체 회로 제조 공정에서 동그란 웨이퍼 위에 미세 이물질이 묻었는지 검사해 불량률을 낮추는 장비다. 동진쎄미켐은 넥스틴 장비를 첨단 반도체 소재 개발에 활용한다. 동진쎄미켐은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7㎚(나노미터) 이하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EUV 포토레지스트라는 물질을 생산해 삼성전자에 공급한 저력 있는 회사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토종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 간 거래라는 점에 주목한다. 양 사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넥스틴은 세계 검사 장비 업계를 주도하는 미국 KLA의 아성을 깨기 위해 공급처를 늘려가고 있다. 또한 동진쎄미켐 입장에서는 그간 KLA에 의존했던 검사 장비를 다변화하며 설비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박태훈 넥스틴 사장은 “넥스틴의 장비 국산화로 국내 소재 회사들의 비싼 외산 장비를 구매하지 않아도 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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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사진제공=인텔반도체 웨이퍼. 사진제공=인텔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는 미국·일본 등 반도체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와 각종 공급망 위기로 더욱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특히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사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굵직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국산화에 성공해 위기에 대응했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수입 비율이 높았던 반도체 핵심 소재인 네온 가격이 폭등하자 SK하이닉스는 국내 포스코, TEMC와 협력해서 네온가스 국산화에 나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네온 사용량의 40%를 국내 제품으로 대체했다”며 “2024년까지 100% 국산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장비 자회사 세메스와 협력해 다수의 국산화 사례를 만들었다. 세메스는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사태 이후 일본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이 주로 공급했던 핵심 식각 시스템을 국산화했다. 또 지난해 말 네덜란드 ASML이 주도하던 불화아르곤이머전(ArFi) 노광 장비의 경우 삼성전자의 승인(퀄) 테스트를 통과해 공급을 앞두고 있다.

또한 ASML·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TEL)·KLA 등 유력 외산 장비사들이 한국에 새로운 연구개발(R&D)·생산 설비를 건립하며 국내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회사 간 거래와 칩 제조사의 리드가 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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