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생명보험이 지급여력(RBC)비율 개선을 위한 700억 원 규모 자본성증권(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반 회사채 대비 변제 우선순위가 밀리는 후순위채는 연이어 시장의 외면을 받는 모양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이 이날 진행한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받은 매수 주문은 110억 원에 그쳤다. 590억 원이 미매각된 것이다. 앞서 푸본현대생명은 조달 금리 범위로 6.5~7.2%를 제시했다. 미매각 물량은 대표 주관을 맡은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인수할 예정이다.
푸본현대생명은 미매각에도 불구하고 14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RBC비율을 끌어올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는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RBC비율은 171%로 1400억 원 증액 기준 186%로 올라간다.
앞서 지난달 초 신용등급 ‘A’의 ABL생명도 700억 원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지만 최종적으로 1300억 원으로 증액해 발행했다. 지난해 말 ABL생명의 RBC비율은 198.6%였다.
푸본현대생명의 신용등급 스플릿(신용평가사 간 등급 불일치)도 투심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이번 후순위채에 ‘A+(안정적)’ 등급을 준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심지어 한기평은 기존의 ‘긍정적’ 전망을 ‘안정적’으로 낮춘 평가였다. 송미정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시장지배력이 저하되고 큰 폭의 이익변동이 지속됐다”며 “중장기적으로 자본비율 관리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푸본현대생명은 1986년 대신생명보험으로 설립돼 2003년 녹십자생명보험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12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가 2018년 대만 생명보험사인 푸본생명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푸본 계열로 변경됐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9조 7000억 원, 자기자본 1조 원의 외형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입 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3.4%로 시장지위는 업계 중하위권이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