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서 불이 나 예인된 러시아 어선에서 실종된 4명이 모두 시신으로 발견됐다.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1일 오전 0시 43분께 부산시 기장군 고리 남동방 28해리(51.8㎞) 해상을 지나던 러시아 국적 어선 칼탄호(KAlTAN·769톤급·승선원 25명)에서 불이 나 선원 21명이 구조되고 4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어선에는 25명이 승선해 있었으며 21명은 구명벌로 탈출, 인근에 있던 어선 유명2호가 이를 발견하고 21명을 모두 옮겨 태웠다. 이후 울산해경 300함(3000톤급 경비함정)으로 편승시켰다. 구조된 21명 중 2명은 경미한 화상을 당했다.
구조 당시 선장은 “나머지 선원 4명은 연기를 마시고 선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신고받고 출동한 해경은 인근에 있던 경비함을 투입하고 특수화학방제함, 소방정 등 경비함정 12척과 대형헬기 1대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화재진압에 나섰다. 군도 이지스 구축함 1척과 부산에 대기 중이던 고속정 1척을 현장으로 보내 실종자 수색을 지원했다.
해상에서 불을 거의 껐으나, 갑작스럽게 기상이 악화해 일단 칼탄호를 부두로 옮기기로 했다. 밤사이 바람이 초속 16∼18m로 강하게 불고, 파고가 3m로 높아졌다.
어선은 이날 낮 12시 30분께 울산항 용연부두로 예인됐다. 부두에 대기하고 있던 119소방대가 곧바로 수색 작업과 함께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 이후 3시간여에 걸친 수색 끝에 실종자 모두 시신으로 발견됐다. 불은 사고 13시간 만인 오후 1시 40분께 완전 진화됐다.
불은 조타실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 등은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사고 어선에서 구조된 세브첸코 빅토르 선장은 “대한민국 해양경찰 구조대에 대단히 감사하다”며 인사도 함께 전했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도 해양경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울산해경 김훈영 경비구조대장은 “주한 러시아 대사가 ‘어선 승선원 21명을 구조하고 실종자 수색에 임하고 있는 대한민국 해양경찰청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전문가적인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자 발견 이후, 감사 서한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한 사실도 전했다.
칼탄호는 지난 20일 오후 3시께 부산항에서 출항해 생선 100톤가량을 싣고 러시아로 이동하던 중 화재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