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용레터를 만들면서 에디터들도 스스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A라는 방식이 정말 최선인 걸까? A 때문에 B라는 문제가 생기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 질문들이 어느 순간 풀리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또 다른 질문으로 꼬리를 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답답하지만은 않습니다. 환경을 포함한 세상의 수많은 문제들엔 똑 부러지는 답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저 끊임없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더 나은 의견을 가지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간만에 추천하고픈 책을 들고 왔습니다. 최우리 한겨레 기자의 <지구를 쓰다가>란 책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 스스로가 환경 덕후이자 환경 전문기자이기 때문입니다. 환경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기자로서 사회, 경제까지 다양한 분야를 둘러본 덕에 넓고도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환경 생각하면 자동차 타면 안되잖아'
책에서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몇 줄 인용해 보겠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면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트집을 잡는 이들도 있다. (중략)겉으로 티는 안 내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그냥 환경론자들을 혐오하는 편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66쪽
책 전체를 통틀어 에디터가 가장 시원했던 대목입니다. "개고기는 안되고 소고기는 되냐?"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던데?" "그럴바엔 어디 시골 가서 나물 캐면서 살아야되는 거 아니야?" 같은 질문들, 지구를 아끼는 분들이라면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질문한 상대방을 붙잡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대화로 풀면 좋겠지만 말재주가 없어서, 저런 질문에 지쳐서, 그럴 가치가 없는 상대방이라(?) 그냥 묻어버리는 일이 많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이 문장을 읽고는 마음 속으로 물개박수를 쳤습니다.
물론 인간관계를 파탄낼 수는 없으니까, 에디터는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그냥 사라지는 게 환경에는 제일 좋은데, 그럴 수는 없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나이가 들어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아버린 후에는 환경만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68쪽
이 부분도 정말 공감됐습니다. 저자는 길거리에서 전단지 나눠주시는 어머니뻘의 분들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전단지는 환경에는 물론 나쁘지만, 나눠주시는 분들의 노동이 빨리 끝나려면 누군가는 전단지를 받아줘야겠죠. 대신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로 전단지를 만들도록 규제한다든가, 한발 나아가 전단지 자체를 금지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할 겁니다.
환경 문제는 양면적이고 입체적이다
그리고 기대했던대로 그동안 품어 온 의문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환경운동은 한가한 중상류층의 운동일까요? 동물 전시 공간으로서의 동물원이 아닌, 동물들을 존중하는 동물원은 실현 가능한 걸까요? 반환경적인 기업들(ex.철강회사, 정유사 등)이 누구보다도 환경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싫어해야 하는지. 정말 다양한 의문에 대해 한층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모든 환경 문제는 양면적이고 입체적(228쪽)'이란 전제 아래 다양한 지점을, 어렵지 않게 툭툭 짚어줍니다. 그리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거나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믿음직했습니다. 아직 어떤 분야든 연구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을 명확하게 가리켜주는 이런 글들이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최기자님 같은 환경 저널리스트가 우리에게 더 많이 필요한 이유. 지구용도 분발하겠습니다.
지구용 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