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맞아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세계 각국 정상들과 잇따라 만나 관계를 다지며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상대할 힘을 키워나가는 모양새다.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군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과 대립각을 키우는 반면 우리나라는 한미일 3국 협력으로 맞서 한중 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정상을 직접 설득해 양국의 수교 재개를 이끌어냈다고 30일 중국 고위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왕디 중국 외교부 서아시아·북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24일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중재자로서 큰 역할을 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하며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 회복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시 주석이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국빈 방문했고 올해 2월 중국을 찾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영접했다”며 “당시 시 주석이 개인적으로 두 나라 지도자를 설득하고 사우디와 이란이 이웃 국가로서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중동에서 영항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 주석이 두 나라 간 관계 정상화에 직접 나섰을 정도로 중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리더의 위상을 키우고 있다. 시 주석은 집권 3기에 진입한 후 아시아·유럽·남미·아프리카 국가들과 연쇄 정상외교를 벌였다. 대립을 이어가는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우호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형국이다.
시 주석은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폐막하자마자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이어 지난달 중순까지 스페인·싱가포르·말레이시아·프랑스·브라질·가봉 등의 정상과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일본·독일 외무장관과 만나 시 주석의 외교를 뒷받침했다. 호주와도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오틴토 등 호주 주요 기업들은 대표단을 꾸려 지난주 중국을 찾았으며 돈 패럴 호주 통상장관도 이르면 5월 중 방중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의 고립 시도에 저항하는 가운데 일부 미국 동맹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광범한 변화의 일환”이라고 짚었다.
중국은 무엇보다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 전략에 유럽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 주석과 친 부장이 각국 정상이나 외교 수장들과 만난 직후 발표된 회담 결과를 보면 유럽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동참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무기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 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 항공사들은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고 양국 기업 간에 체결된 계약도 20여 건에 이른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며 유럽과 소원해지자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지난달 27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시 주석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가 “최근 유럽과의 관계에서 중국을 옭아맸던 문제들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직접 외교 담당자를 우크라이나 등에 파견해 중재 외교에 나설 계획도 시사했다.
중국은 이달에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강화에 나선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산시성 시안에서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국가들을 상대로 영향력을 더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