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업소에서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위스키 위조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데만 인건비까지 총 5000원이 더 붙습니다. 국내 위스키 산업을 육성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유명무실한 규제부터 손 봐야합니다."
김창수(사진) 김창수위스키 대표는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위스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세금 구조 혁신과 비효율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현행 위스키 세금 체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고선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돼있다"며 "현실적인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목한 규제 중 하나가 무선주파수인식(RFID)칩 부착 의무화다. 국세청은 가짜 위스키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3년부터 모든 제품에 RFID칩을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유통단계별 정보가 전산망에 기록돼 술 제조에서 소비까지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내 위스키 시장이 성숙해지며 '짝퉁'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데다 단속 효과가 미미해 유명무실해진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현행법상 위스키를 취급하는 업소는 RFID 리더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아무도 의심하지 않지만, 가짜 위스키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티커값에 기기 대여, 통신비, 인건비까지 한 병당 5000원의 눈먼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위스키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종량세' 전환을 꼽았다. 현행 위스키 세금체계는 출고가가 높을수록 많은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만 원짜리 위스키에는 주세(72%) 7만 2000원, 교육세(주세의 30%) 2만 1600원, 부가세(10%) 등 총 11만 원이 넘는 세금이 붙는다. 여기에 대형마트나 편의점 유통 마진을 붙인 가격이 최종 판매가다.
이를 맥주나 막걸리처럼 양이나 알코올 도수에 비례해 과세하는 종량세로 바꾸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한국산 'K위스키'를 제조하려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주류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와인·위스키 수입이 대폭 증가한 반면 수출은 정체되며 지난해 주류 무역수지 적자 폭은 1조 3240억 원으로 대폭 커졌다.
만약 위스키에 종량세가 도입되면 10만 원짜리 40도 750㎖ 위스키 한 병과 40만 원짜리 40도 750㎖ 위스키 한 병에 동일한 세금이 붙게 된다. 위스키를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증류주'로 함께 묶인 소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김 대표는 "일본처럼 도수 구간별로 세율을 달리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종량세를 따르되 알코올 도수에 따라 21도, 37도 등으로 나누고 각각 다른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이 위스키 제조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롯데칠성음료와 신세계L&B 등 유통 대기업은 앞다퉈 K위스키를 만들겠다며 위스키 증류소 설립에 나선 상태다. 김 대표는 "수제맥주가 '카스' 등 라거와 경쟁하지 않는 것처럼 대기업이 만드는 위스키는 소규모 증류소의 경쟁 상대가 아닐 것"이라며 "위스키 플레이어들이 많아져 규제 혁신 등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