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율의 정치난타]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독일까 득일까

명지대 정외과 교수





찰스 카메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취할 전략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여소야대일 경우 야당은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법안을 의도적으로 통과시키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구사하면 야당은 특정 이익집단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반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해당 이익집단을 적으로 돌리게 되고, 거부권 행사 횟수가 잦을수록 행정 권력의 입법권력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인식을 중도층에게 줘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총 66회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회 거부권을 행사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회, 노태우 전 대통령이 7회, 노무현 전 대통령이 6회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단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 20대 국회 시절에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건 때문에 기를 펼 수 없는 상황이었고, 2020년 치러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굳이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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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정반대의 환경에 처해 있다. 거대 야당이 의원 숫자를 무기로 다수의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있어 대통령은 매우 난감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만일 민주당이 카메론 교수의 이론과 같은 맥락의 전략을 펴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국정을 정치 전략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있다.

이런 전략에 말리는 측도 문제다. 이런 야당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선별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노란봉투법 그리고 방송법 개정안도 단독으로 처리할 것 같다. 이런 법안에 대통령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지도 모른다. 물론 야당이 이런 식으로 단독 처리를 반복하면 야당도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집단의 지지를 획득할 수도 있고 자신의 지지 계층을 확실하게 단합시킬 수도 있다.

반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은 지지층을 오히려 잃을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 전략적으로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간호법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는지 여부가 논란거리일 뿐 아니라 이익집단 간의 갈등에서 대통령이 특정 집단의 손을 들어줬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거부권 행사로 전체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 그리고 이들의 가족을 적으로 돌려놓은 셈이 됐다는 것도 문제다. 또 거부권의 잦은 행사는 다음 총선에서 거대 야당 심판론이 들어설 자리를 없앤다는 것도 딜레마다. 거부권 행사의 횟수를 줄이며 자신들의 입장을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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