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독하게 먹으니 샷과 퍼팅에 흔들림은 없었다. 전반 3연속 버디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성유진(23·한화큐셀)이 최고 강심장을 가리는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매치 퀸’의 자리에 올랐다.
성유진은 21일 강원 춘천의 라데나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 원) 결승에서 동갑내기 박현경(23)을 3홀 남기고 4홀 차(4&3)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해 롯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11개월 만에 투어 통산 2승째다. 우승 상금은 2억 2500만 원.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한 성유진은 전날 지난해 8강에서 맞붙어 무릎을 꿇었던 임희정을 상대로 1홀 차의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8강에서는 상금 랭킹 등 기준으로 분류된 4개 그룹 가운데 최하위인 D그룹 소속으로서 유일하게 16강과 8강에 오른 유서연을 상대로 5홀 남기고 6홀 차(6&5)의 완승을 거뒀다.
이날 오전에 펼쳐진 4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홍정민마저 4홀 차(4&2)로 꺾은 성유진은 우승 상금 2억 2500만 원을 두고 박현경과 자존심 대결에 나섰다. 준우승 상금은 1억 350만 원이라 누가 1억 2150만 원을 더 가져가느냐의 싸움이었다.
박현경과의 결승을 앞두고 “독하게 마음먹고 플레이하겠다”고 말한 성유진은 2번(파5)과 3번(파3), 4번 홀(파4)에서 3연속 버디를 솎아내며 순식간에 3홀 차로 앞서 나갔다. 특히 3번과 4번 홀에서는 연속으로 5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떨궈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박현경이 7번 홀(파3)에서 버디를 낚아 2홀 차로 따라붙었으나 9번 홀(4)에서 보기를 범해 전반은 성유진이 3홀 차 앞선 채 끝났다.
11번 홀(파4)에서 박현경이 버디를 낚아 다시 격차를 좁혔지만 성유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12번(파5)과 13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터뜨려 4홀 차가 되자 우승을 자신한 듯 환한 미소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성유진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돼서 점점 다운됐었는데 스스로 기분을 업 시키고 응원해 주시는 많은 팬분들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세리머니를 크게 했다”고 밝혔다.
15번 홀(파4)에서 승부가 나지 않았지만 3홀 남기고 4홀 차로 앞서면서 우승을 확정 지은 성유진은 “힘든 경기를 우승으로 마칠 수 있어 기쁘다”며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이제는 고생 안 하시고 행복하게 저를 바라보시면서 남은 노후 생활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평생 뒷바라지한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성유진은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연장 접전 끝에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 2차례나 톱 10에 진입하는 등 상승세 끝에 시즌 첫 우승을 일궜다. 그는 “롯데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면서 새로운 도전과 실패라는 측면에서 멘탈적인 부분은 물론 사람으로서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21년 5월 KL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 2년 만에 통산 4승째를 노렸던 박현경은 성유진을 넘지 못해 지긋지긋한 준우승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 3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마지막 우승 뒤 2년 동안 준우승만 9차례 기록했다. 3·4위전에서는 1차 연장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아 홍정민과 나희원이 공동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