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와 함께 걸어가던 여성을 뒤쫓아가 ‘묻지마 폭행’한 3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해 사물 변별과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상해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0)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 및 40시간의 알코올치료강의 수강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구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길을 걷던 피해자 B씨를 뒤따라가 주먹과 발로 머리를 때린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B씨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목격자를 위협하고 경찰에 체포된 이후 파출소 물건을 부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 측은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목격자를 위협했고 범행 전후 상황 등은 기억해 진술했다"며 "술을 마시고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주취로 인해 사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린 자녀들이 함께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당한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고통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형사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1310만원을 지급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