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와 교량 등 공공시설 건설 사업은 민간 기업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PC 참여사가 대기업인 경우 SPC도 계열사로 편입돼 공정거래법상 각종 공시 의무 부담이 따른다. 연합뉴스대기업집단 소속 건설사인 A 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할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권한은 없는데 각종 규제만 더해져서 투자와 사업 진행에 애로를 겪고 있어서다.
도로·철도·교량 등 공공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민자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컨소시엄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공공 사업이다 보니 주무관청의 지휘·감독을 받기 때문에 SPC의 주관사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대기업 주관사가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순간 SPC가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편입돼 공정거래법상 각종 공시 의무를 진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사업의 SPC는 지금도 정부의 감독을 받는데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돼 각종 공시 의무까지 지는 건 이중 규제”라며 “대기업 건설사들이 민간투자사업의 투자와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이 같은 내용의 ‘2023 규제개선 과제’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회원사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규제개선 과제에는 △건설·입지 10건 △보험 5건 △공정거래 4건 △에너지 4건 △환경·안전 3건 △유통 3건 △투자 2건 등 총 31건이 포함됐다.
공정거래 분야에서 전경련은 민자사업 SPC를 기업집단 범위에서 제외하고 지주회사 소속 자회사들이 공동으로 손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현행 규정상 민자 SPC도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각종 규제를 받아 대기업집단 소속 건설사들이 비용 등 부담을 느껴 민자사업 참여를 꺼린다는 이유다.
환경·안전 분야에서는 화약류 운반 시 책임자 외 경계 요원이 추가로 탑승해야 하는 현행 규정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설·입지 분야에서는 건설 현장 축중기 설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개선을 통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