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오션이 군함 유지보수(MRO) 사업에 진출한다. 최근 미중 갈등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MRO 시장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MRO에만 한 해 139억 달러(약 18조 2000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미국이 첫 번째 예비 고객 명단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 이후 조직 개편을 통해 군함 MRO 조직을 신설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도 군함 유지 보수를 수행했지만 이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함 MRO 사업은 수상함·잠수함 등 특수선 수리와 정비 전 주기를 관리하는 사업이다. 신조 수주는 규모가 크지만 시장 변동에 따라 부침을 겪는다. 불황이 닥치면 걷잡을 수 없는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MRO 사업은 규모는 크지 않아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담 MRO 조직이 출범하면서 향후 군함 수출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군함 MRO 사업을 따내면 그만큼 발주 국가들로부터 신뢰성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방산 수출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주요 국가들은 해군력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조선 업계의 분석이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군함을 포함한 선박 신조 생산능력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며 “지상군·공군과 달리 해군은 많은 조선소와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맹 국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해군에서 최근 군함 유지 보수를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 해군은 일본 민간 조선소에서 자국 군함을 수리·보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선소 내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해져 유지 보수에 들어간 군함 공백 기간이 점점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미 해군은 과거 아시아 지역 조선소에서 유조선이나 보조함 등을 수리한 적이 있지만 구축함과 같은 군함을 수리한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로스 델토로 미 해군 장관은 올 2월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필리핀·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서 (미 해군 함정 수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