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기업이 대거 경영권 매각에 나선 가운데 인수자들은 성장 잠재력과 사업 확장 시너지 등을 놓고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그간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에 올해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실적 성장 기대감이 맞물리자 매각 적기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브랜드보다는 기술력과 안정적인 후방산업, 해외 판매 채널을 갖춘 기업에 인수자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인수합병(M&A) 성사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078520)는 개별 원매자와 협상에 나서면서 이르면 올 하반기 본입찰을 진행한다. 더마펌 역시 주관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하반기 매각을 위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해 9월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희망 매각가로는 최대 2500억 원이 거론되는데 지난해 신한은행 등 대주단이 IMM PE에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매각 결정권을 쥐고 있다. 올해 3월 실시한 예비 입찰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뷰티 계열사인 LVMH P&C와 국내외 중견 패션 및 화장품 관련 기업 6곳 이상이 참여했다.
병·의원을 중심으로 기능성 화장품을 판매해온 더마펌은 최대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가 보유한 지분 70%와 창업자 보유 지분을 포함해 총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한다. 더마펌은 2018년 중국에 진출해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전체 매출 약 1000억 원 중 900억 원 이상을 중국에서 달성하면서 해외 원매자들의 관심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20대 남성 기초화장품으로 인지도를 쌓은 ‘독도토너’ 브랜드를 보유한 라운드랩의 운영사 서린컴퍼니는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립스캐피탈과 지분 100%를 2300억 원에 매각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 이 밖에 ‘도자기 크림’으로 유명한 티르티르는 경영권에 해당하는 40%가량의 지분을 매각하며 SKS PE와 워터브릿지가 인수 8년 차를 맞은 비앤비코리아도 잠재 매물이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만 앞세운 화장품 사업은 인수 후보에서 제외된다”며 “원매자들은 더마코스메틱 제조 기술을 보유하거나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안정적인 브랜드에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 역시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고 해외로 판매 채널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에 주력하는 추세다. LG생활건강(051900)은 지난해 4월 MZ세대를 겨냥한 미국 화장품 색조 및 기초화장품 브랜드 크렘샵 지분 65%를 1500억 원에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해 8월 미국의 고급 기초화장품 브랜드인 타타하퍼의 운영사 타타스네이처알케미 지분 100%를 1681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 밖에 일부 인수 후보들은 화장품 용기 제조 등 후방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근 원매자들이 먼저 용기 제조사에 매각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6월 한국콜마는 국내 1위 화장품 용기 제조사인 연우의 지분 55%를 2864억 원에 인수했다. 화장품 제조 원가를 절감하고 해외 사업 확장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는 화장품 용기와 해외 판매 채널을 갖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등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